허위 공시로 투자자 속이는 등 사기 사례 발생
금융위 “보고서 발간까지 관리할 필요성 없어”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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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이지은 기자> #국내 1호 가상화폐 평가기관 A사는 가상화폐 상장 성공을 명목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A사와 코인 발행 업체의 계약서에는 거래소 상장 지원 조건으로 5000만원의 비용과 함께 3개월 내 상장하지 못하면 계약금의 50%를 돌려주겠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공지를 통해 상장 컨설팅 서비스였을 뿐 수익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상화폐 평가기관을 두고 공신력 논란이 일고 있다. 별다른 신고 절차 없이 운영이 가능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작 금융당국은 관리·감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컴퓨터정보학회는 지난달 50여명의 교수진으로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을 공식 출범하고 가상화폐 10종의 평가 보고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주대학교도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을 통해 가상화폐 신용도 평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간 국내 가상화폐 정보공시 플랫폼은 A사가 유일했다. 새로운 가상화폐 평가기관 출범으로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보고서 이용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가기관 리스크도 떠안게 된 은행들

일각에선 가상화폐 평가기관의 역량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외부 평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은행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활용했는데, A사의 신뢰도 의혹이 제기되면서 참고한 외부 정보가 위험평가에 반영됐는지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가상화폐 평가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외부 평가기관의 신용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신용도를 평가한 가상자산 개수가 한정적이고 상장 조건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각 은행 내부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필요성 대두…당국은 “글쎄”

금융당국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금융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기업 보고서를 작성하고 목표 주가를 제시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반면 가상화폐 평가기관은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일률적이지 못한 운영체계와 공시 평가방법 탓에 평가기관의 특혜가 담기거나 허위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될 부작용도 점쳐진다. 정보를 참고한 은행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고 가상자산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암호화폐 '고머니2' 발행사 애니멀고는 미국 대형 투자사로부터 5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며 허위 공시를 내 업비트로부터 상장 폐지됐다. 세밀하게 기업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등 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주체가 돼 가상화폐 평가기관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평가기관의 공시와 보고서 등이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점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 절차 및 관리·감독체계 도입과 관련한 내부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신력은 떨어지겠지만 가상화폐를 직접 취급하는 것이 아닌 보고서를 발간하는 정도면 신고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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