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업 기지개…“올해 500억 투자 결정”
작품성·대중성 등 고려해 지원 적정성 검토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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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이지은 기자> IBK기업은행의 잇따른 영화 투자 성공 요인으로 깐깐한 선정 기준이 꼽힌다. 내부 투자원칙에 입각해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영화, 방송, 공연 등 문화 산업에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춤했던 영화업계가 백신 접종 본격화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4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문화콘텐츠에 투자했다.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업계에서 작품 고르는 안목이 높은 ‘큰손’으로 평가받는다.

직간접투자로 20억원을 지원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쌍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1편과 2편의 합계 손익분기점은 1200만명으로 1편의 누적관객만 1441만명을 기록해 2편의 매출은 모두 수익으로 확보했다. 

특히 8억원을 직접투자한 ‘극한직업’은 누적관객 1626만명을 기록하며 30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이 외에도 투자조합을 통한 출자로 간접투자한 ‘기생충’은 2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영화 투자로 창출한 수익금 일부는 저예산 영화 ‘걷기왕’, ‘소공녀’ 등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도 구축했다.

기업은행의 영화 투자를 이끄는 곳은 문화콘텐츠 부서로 주요 업무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중소·중견기업이 제작하는 영화 등에 직접투자하는 △프로젝트 투자, 콘텐츠 유망기업이 발행한 주식 또는 주식연계증권을 인수하는 △지분투자,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지원이다.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할 때도 내부 투자원칙에 입각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작품 발굴 단계에서는 배급사, 제작사, VC(벤처캐피탈), 영업점 등을 통해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추천 받는다. 

이후 작품 시나리오에 대한 내부 논의와 외부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지 적정성 검토를 거친다. 투자 기준으로는 작품성, 대중성, 필모그래피(감독·배우 역량), 개봉시기 및 경쟁 작품, 시장반응(부정적 요인)이 포함된다.

투자조건 검토를 바탕으로 투자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투자실무 협의회를 통해 투자여부를 심사한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박을 터뜨린 건 아니다. 3억원을 투자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마이너스 수익률 62%, 4억원을 지원한 ‘남과 여’와 6억원을 투자한 ‘원라인’은 각 70%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꺼진 불도 다시 봤다. 흥행 성패와 관계없이 투자결과 리뷰를 통해 투자 성과 요인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자 시 체크리스트 보완과 투자모형에 반영해 작품 선택의 리스크를 줄여나갔다. 

현재는 코로나19 여파로 영화 개봉 예정작들이 미뤄지면서 드라마 등 방송콘텐츠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원한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로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24.3%)를 기록해 기업은행의 투자 능력을 또 한 번 입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자원은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산업”이라며 “은행 예대마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성장 산업 수익원 발굴의 일원으로써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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