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상품 보다 전세대출·마이너스 통장 선호
은행, 부동산 시장 변동성 고려해 상품 유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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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이지은 기자>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정작 은행의 월세대출 판매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보다 높은 금리와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인해 청년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월세대출을 추가한 쏠편한 전세대출을 리뉴얼 출시했다. 월세 자금은 최대 24개월간 최고 5000만원 이내로 대출 가능하며 매월 임대인의 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월세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주거행복 월세대출’은 최대 24개월간 최고 5000만원 이내로 대출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우리 청년맞춤형 월세대출’은 최대 13년간 1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후 전셋값이 크게 뛰고 전세 매물을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많아지자, 월세대출 또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와 인구주택총조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 기준 1인가구 월세 거주 비율은 47.3%에 달했다. 특히 2030세대 1인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20대는 전년보다 13.3% 증가한 14만9000명, 30대는 7.7%가 늘어난 80만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월세대출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판매율을 수치화하기가 무색할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청년층이 월세대출상품을 외면하는 이유로는 당장 월세 비용이 급한 게 아니라면 목돈 마련과 비용 절감이 가능한 전세대출을 받는 게 낫겠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월세보다 전세 상품이 대출금 규모가 크고 금리도 더 낮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청년 맞춤형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최저금리가 1.87%인 반면 ‘주거행복 월세대출’의 최저금리는 3.09%에 형성돼 있다.

금리가 1% 이상 차이나는 까닭은 청년 맞춤형 전세자금대출 상품은 국가에서 일부 금리를 보전해주지만 주거행복 월세대출은 은행 재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출 자금도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5000만원 더 많은 1억까지 지원된다.   

또 마이너스 통장으로 월세대출상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언제든 현금 인출이 가능하고 생활비, 월세 비용 등 다양한 용도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가구의 73.2%는 주택금융보증상품 중 청년 전세자금보증이 월세자금보증보다 주거 안정에 유용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월세보다 전세가 자산 형성과 비용 절감에 유리해서’(42.7%), ‘전세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월세와 월세대출 이자보다 저렴해서’(24.3%) 등이 꼽혔다.

월세대출상품에는 청년층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세대를 겨냥한 서비스, 이벤트 등이 없어 홍보 효과가 떨어지고 대출금리와 상환방식에서도 전세대출상품 대비 경쟁력이 밀린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간혹 젊은 세대들이 월세대출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지만 은행원들도 월세보다는 전세대출을 추천하고 있다. 고객들도 상담을 받은 후 열에 아홉은 전세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은행은 지난 3월 ‘하나 월세론’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 월세론은 최대 24개월간 최고 5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다만 은행들은 소수의 월세대출상품 이용자들과 향후 부동산 정책과 주거 트렌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상품을 찾는 이용자는 적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가는 것”이라며 “전세 관련 규제와 주거 트렌드가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상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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