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스템 거론되자 경영진 가시방석

한빛은행 관악지점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경영진의 목을 옥죄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권력고위층의 외압에 의한 불법대출로 인식되던 이번 관악지점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적인 문제로 불똥이 튀기 시작, 은행 관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언론의 분위기도 점차 사건 자체를 미연하게 방지하지 못한 사실 등 은행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중점 거론하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

관악지점 사건이 이처럼 내부적인 문제로 확산되자 31일 김진만 행장은 행내 특별방송을 통해 전형적인 개인비리를 강조하면서 사태수습에 들어갔다.

이날 김 행장은 관악지점 사건과 관련 청탁이나 외압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며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검사실에서 비정상적인 조짐을 발견하고 특검에 착수하는 한편 사고 발견 즉시 감독당국에 보고한 것만 봐도 은행장이나 다른 경영진이 관여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행장은 자체 검사 결과 모든 일이 전 관악지점장인 신창섭 씨와 그를 동조한 일부 책임자의 비열하고 부도덕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김 행장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악지점 사건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은행내부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부터가 사건의 변질 가능성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부터 불거져 나온 책임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부에서도 사업본부의 관할을 놓고 이견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인고객본부 소관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다른 쪽에서는 허위 내국신용장이 이용된 만큼 기업고객본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등 말이 엇갈린다.

한편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명동지점 이희도 사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된다.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명동지점장 사건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은행의 상층부(은행장, 전무, 감사)가 퇴진하면서 일단락된 점을 들어 이번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도 경영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래저래 관악지점 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에 빠진 한빛은행, 나아가 경영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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