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위임장 받아내 산별노조 무력화 차단

공적자금 투입 6개 은행의 노조동의서 제출 파문은 금융산업노조의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다.

국내 금융 1백년 역사속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이번 노조동의서 사건의 최대당사자인 한빛은행의 이성진 위원장은 지난 5일 그간의 전말을 밝혔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6개 은행중 평화, 경남, 제주, 광주은행 노조가 금융노조 탈퇴라는 강공으로 맞선 상황에서 취해진 한빛은행 노조의 결정은 두마리 토끼를 한 손에 거머쥔 결과로 칭송된다.

이른바 ‘은행 살리기’와 ‘금융노조 살리기’라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한빛은행 노조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밀려 다른 4
개은행 노조와 같은 선택을 내렸다면 사실상 금융산업노조는 무력화의 길을 걷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빛은행 노조가 이를 인식, 금융산업노조 5인 비대위를 통해 서명을 받음으로써 노조동의서 파문은 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당초 노조동의서에 서명하지 않기로 결정하지 않았나.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경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P&A될 수도 있다는 위급한 상황을 감지했고 이로 인한 고객이탈과 직원들의 불안감 및 대외신인도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동의서를 제출하되 직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사가 공동 노력하기로 먼저 합의했다.

-금융노조 서명 문제로 곤란했을 텐데.

▲맞다. 급기야 30일 평화, 경남, 제주, 광주은행 노조가 금융노조 탈퇴를 선언하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한빛은행마저 탈퇴를 결정했다면 산별노조의 와해로 이어졌을 것이다.

노노간의 갈등과 노사간의 갈등이 연출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한 결과, 비대위 5인의 위임장 서명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비대위도 반대했었다.
이에 따라 산하지부가 붕괴되는데 명분만 내세우면 되겠냐고 비대위를 설득, 서명을 받게된 것이다.

-1인당 영업이익 목표로 추가적인 인원감축이 예고되는데.

▲아니다. 은행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준 자체가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정해졌고 보수적으로 설정돼 목표를 달성하는데 문제없다.

어차피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엔 투쟁을 통해 고용안정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노사가 협력, 영업이익을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약점을 내세워 협박한 점이다.
노조동의서 없으면 최소 자본금 5,000만원만 투입하겠다고 강조한데다 정통부예금 1조, 증권거래소 예금 5,000억, 서울시관련 예금 등 기업예금의 인출가능성을 통보했다.

평화, 경남, 제주, 광주은행 노조도 30일 당일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교환자금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된다며 부득이 산별노조에서 탈퇴한 것 아닌가.

-4개 은행의 금융노조 탈퇴에 대한 생각은.

▲은행을 살리기 위해선 탈퇴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다시 가입해야 된다고 본다.

향후 금융지주회사로 한데 묶이면 공동으로 보조하는 정책을 구사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빛은행은 능력과 저력을 갖춘 조직이다. 공적자금 수혈로 우량은행으로 거듭난 만큼 실추된 이미지 회복 및 신인도 제고를 위해 노사가 합심하겠다.

과거의 갈등 내지 반목, 대립에서 벗어나 생산적·발전적 노사관계를 정립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