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직 발령 통해 자발적 퇴사유도

보험업계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편법적 인사발령을 통한 임원감축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호생명이 50명의 내근 직원에 대해 무보직 발령을 냈으며 현대해상 역시 팀별로 2명씩 영업소 발령을 내는 등 우회적인 감원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생명은 지난 8일 부차장급 추가인사를 통해 유래없이 50명이라는 대규모 무보직 발령을 내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일정 부분의 감원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정상적인 방법을 놔둔 채 퇴직비용을 절감해 보겠다는 속뜻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이번 인사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호생명 노조는 무보직 발령을 받은 사람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 것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추후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해상 역시 업계에서 유래 없는 대규모 영업점 발령으로 인해 갈등이 심각한 상황인데 대부분이 사표를 이미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 직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업계 노조 관계자는 “경영자들이 정당한 인사정책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추진한 우회적인 감원은 결국 정부당국이 경영권 옹호론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신속한 보험업 구조조정을 달성하기 위한 무리한 인사조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해고 노동자 복직과 더불어 편법 감원에 대한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법에 의하면 이번 단행된 무보직 발령이나 영업소 배치 등 인사조치가 경영주의 부당해고에 해당되지 않아 노동계도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들고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물의를 빚고있는 보험업계 인사조치는 최근 대통령이 직접 천명한 바 있는 경영권 옹호차원에서 간접지원을 받아 자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구조조정 와중에서 퇴직으로 내몰리는 노동자 처지를 묵과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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