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사, 지급여력 등 생존 미지수

당초 보험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간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민주노총이 준비하던 산별 총파업이 민주노총 및 각 노조들 사정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총파업 추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장은 현대, 삼신, 한일생명과 국제, 대한화재 등 5개사 정도에 국한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있는 상황.

이와 관련 노동계 관계자는 “퇴출위기에 놓인 일부사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민주노총의 급조된 총파업 추진계획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도세력인 민주노총 역시 정부당국의 복수노조 불허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위원장 선거와 대우자동차 노사분규 지원 등 자체 문제와 일정 등으로 인해 보험업계 파업을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련 관계자에 따르면 주간 2회 총파업준비 회의를 정례화하고 선전활동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간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자체문제로 인해 일정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과제로 등장한 지급여력기준 개선에 대해서는 당국이 일언지하에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어 관련 대화가 절실한 업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노동권 일각의 비판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섭력과 국민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총파업 시도는 자칫 보험사 퇴출을 가속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신중한 중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년들어 보험업계는 각사별로 내부 인원감축을 위한 인사발령을 통해 편법적인 경영권 전횡이 나타나고 있어 각 노조도 내부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 외부 연대에 치중하기는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한 보험노조 관계자는 “각 보험사들이 대규모 인사이동을 단행하면서 무보직 발령이나 영업현장으로 배치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권을 빙자한 감원을 추진하고 있어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노동조합들은 이런 경영자들의 인원감축 추진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총파업에는 상반적인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교보를 비롯한 상위사의 경우 정부당국이 이미 부실사를 정리할 방침을 굳힌 마당에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파업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극적인 상황연출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정부당국과의 대화와 총파업 진행을 요구하고 있는 해당 보험사 노조 역시 대열이 사분오열되는 양상으로 결국에는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현대, 삼신, 한일생명과 대한, 국제화재의 직원들 대다수는 노조가 총파업 대오 사수라는 결의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전직 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당국은 국내 보험시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보험사들을 금융지주사 편입, 대형화와 전문사체제 등 3개 방향으로 몰고 있어 독자생존을 천명하고 있는 부실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정부의 보험권 구조조정 과정을 관찰해보면 지급여력기준이 국내 여건에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상당부분 인정하면서도 현재 23개사에 달하는 보험사의 수적 과잉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지급여력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결국 사상 유래 없는 산별 총파업을 준비했던 보험산업 노동계는 극한 대립을 지양하고 갈등국면을 전환해 노정간 대화 채널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모색해야만 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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