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과열…블루오션 전략으로 타당


규제의 함정·시스템 미비 등 위험 산재

‘와일드오션’으로의 전락 가능성도 존재
 
 
겸업화·대형화됨에 따라 시장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층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는 은행들이 요즘 들어 부쩍 해외 진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출혈경쟁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금융당국까지 나서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나 경쟁과열로 전개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된 상황.

따라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은행권의 해외진출 움직임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국내 시장에만 치중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이 있는 국외에서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신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이같은 업계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의 영업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점포 영업실적 호조…성장잠재력도 커
 

안정 위주의 영업전략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은행들은 2002년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 중심의 영업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2년까지 평균 10%대를 보이던 총자산 증가율이 2003년 이후에는 오히려 10% 미만으로 낮아졌고 그 상황에서 리스크가 낮은 고객 위주로 자산증대 경쟁을 벌이려다 보니 고객 빼앗기가 만연하고 있다.

일례로 이동해온 고객에 대해 큰 폭의 금리우대 혜택이 제공되기 시작했고 해당 고객의 담당 책임자에 대해서는 이후 부실책임의 면제를 약속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그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대규모 부실대출이 발생하거나 과거 금융위기가 재발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일부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은행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장을 도모하려는 최근의 전략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가능케 하는 규모와 능력도 이미 갖췄다는 평가다.

2005년 이후 대규모 이익을 시현하고 있고 국민, 기업은행의 경우 비용수익 비율로 해석되는 경영효율성은 세계 유수 은행들보다 나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여신심사와 마케팅에 엄격한 분리시스템이 확립되는 등 위험관리 시스템의 확립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총자산은 2002년 이후 서서히, 순이익 규모는 2004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총자산수익률은 국내은행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2004년, 2005년 대규모 이익을 실현한 국내은행의 총자산수익률이 각각 0.85%, 1.26%를 나타낸 데 반해 해외점포는 각각 1.33%, 1.46%를 기록했다.

자산건전성, 생산성 측면에서도 국내은행보다 평균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둬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의 경우 0.6%로 국내은행 평균 1.2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점포당 총자산규모는 국내은행 평균 1억9100만달러 대비 1.6배 정도 많은 3억1300만달러로 나타났다.

다만 총자산의 성장성은 국내은행에 비해 크게 뒤쳐졌는데 그 이유가 그동안 영업에 있어 국내시장의 후순위로 다뤄지고 영업대상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과 교포 등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향후 성장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다수의 해외진출 실패사례 참고해야
 
 
한국금융연구원 박동창 객원연구위원은 이처럼 해외시장이 국내은행에 있어 블루오션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지의 익숙치않은 영업환경은 얻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지 시장에 내재돼 있는 규제의 함정과 법률시스템의 미비, 영업상 및 인사상의 제반 위험이 경계대상이라는 지적.

실제로 이에 대한 대비없이 해외시장 진출해 나섰던 많은 은행들이 되돌아 나오거나 큰 실익없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한 은행은 1990년대 초반 동유럽의 한 국가에 합작은행을 설립해 진출했지만 현지인 경영자의 방만한 여신운용 등으로 인해 부실자산이 급증, 3년여만에 청산절차를 밟았다.

2000년대 초반 현지 은행을 6000여만 달러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동유럽의 한 국가에 진출한 독일의 한 대형 지방은행은 현지인 딜러의 한도외 불법외환거래의 누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 1년 만에 1달러에 매각하고 물러나왔다.

동유럽의 한 국가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의 한 은행은 1990년대 후반 국내 사정으로 인해 철수하는 과정에서 현지 집권당과 비밀경찰, 상사중재원 등과 공모한 현지인들의 의도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나오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따라서 아무리 블루오션으로서 가치가 높은 해외시장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와일드오션으로 격변할 위험성이 큰 만큼 곳곳에 도사린 법적 시스템과 인사 및 영업상의 제반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사전 인지와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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