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 처방전 제시


계열간 부당 지원과 같은 위법행위가
시장 효율성 안정성 공정성 훼손 여부
구체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기준 제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법제도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현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금산법 및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검토, 비은행금융회사 및 통신회사의 지급결제 참여, 내로우뱅킹이나 어슈어뱅킹 허용 등에 관한 문제 역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산업자본과 은행간 바람직한 관계설정 없이는 결코 풀리지 못 할 난제이다.

‘금산분리’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가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금융자본간, 산업자본-은행간 자유로운 결합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산업자본-금융자본간 결합이 유발하는 문제점과 그 발생경로를 매우 광범위하게 이론적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규제의 요건과 기준 등을 명확히 밝힌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의 보고서는 ‘금산분리’의 당위성과 적절성에 대한 이의제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고도 균형잡힌 처방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집자주>
 
 
산업자본이 우리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매우 크며, 산업-금융자본간 관계를 규명하고 그 장단점 등을 진단하는 연구의 역사 역시 깊고도 다양하다.

그만큼 산업-금융자본 분리에 관한 원칙과 제도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커다란 시각차가 존재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지배에 관한 사전규제론과 사후감독론이 첨예하게 대립돼 왔으며, 산업자본의 비은행금융회사에 대한 소유·지배규제를 은행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물론 동 주장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반대론도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지배에는 폐해가 수반될 수 있으며, 은행·비은행금융회사에 대한 차별적 소유·지배규제가 규제상의 차익거래를 조장하여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김동환 연구위원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계열구조로 결합돼 있음에 주목하는 동시에 계열간 내부거래되는 재화·용역의 산업연관적 특성까지 감안해 지주회사-금융계열사-산업계열사로 이어지는 계열화의 유형별 문제점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각 경우에 합당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점이란 내외가격차를 이용한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tunneling)이 계열기업의 시장지배력 확대, 손실보전·분식 및 부실화, 이해관계자의 후생감소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산업·금융자본 결합규제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유발하는 산업-금융자본의 결합을 규제하기 위한 요건은 물론 계열간 부당지원과 같은 위법행위가 시장의 효율성, 안정성, 공정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심사의 방법은 첫째 효율성 심사이다.

효율성 심사의 1단계에서는 경쟁압력과 내부거래되는 재화·용역의 특성 등을 분석해 관련시장의 효율성이 훼손돼 있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1단계 심사 결과 이상징후(과당경쟁, 독과점, 부실화, 소비자약탈 등의 혐의)가 발견되면 2단계 심사로 이행한다.

2단계 심사에서는 지주회사 및 계열사의 출자비율, 의결권행사 내용, 내외가격차 등을 조사해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의 존재와 독과점, 담합 등의 가능성을 판단한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이 경쟁압력을 낮춰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통계적으로 검증한다.

심사 방법의 둘째는 공정성 심사이다.

이는 출자주체(지주회사나 계열사)의 의결권행사가 금융 및 실물거래에 있어 불공정 요소를 지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을 의미하며 불공정행위의 원인에 대한 심사와 불공정행위의 결과에 대한 심사의 2단계로 이루어진다.

심사 방법의 셋째는 안정성 심사이다.

이는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이 계열기업의 수익기반을 훼손함으로써 시장에 체계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단계에 걸쳐 실시되는 안정성 심사의 제1단계에서는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으로 인해 금융계열사나 산업계열사가 부실화되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2단계 심사에서는 수익기반을 훼손당한 계열사가 시장에 체계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효율성, 공정성, 안정성 심사가 끝나면 중대성, 비례성, 보충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각종 규제방안을 3단계로 구분·제시한다.

우선 첫 단계에서는 기존의 제도를 이용해 시장의 효율성, 공정성,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제도를 보완·강화해 시장의 효율성, 공정성, 안정성을 확보하며, 셋째는 효율성·공정성·안정성 심사에 모두 불합격하고 기존 제도로는 시장의 효율성·공정성·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제 등 보다 강력한 구조교정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세 번째 단계의 규제는 단순출자,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것과 동일한 차원의 사전규제를 실시하거나 금융계열·산업계열을 분리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산업·금융자본 결합규제에 관한 연구’에서는 계열분리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의 기업결합규제를 확대·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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