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 흐름 민감한 우리나라엔 큰 타격


지난 7월 14일 일본은행은 2001년 3월 이후 콜금리를 0%로 동결해 온 ‘제로금리정책’을 5년 4개월만에 해제했다.

콜금리를 0%에서 0.25%로 인상함과 동시에 공정 할인율(재할인율) 역시 현행 연 0.1%에서 0.4%로 인상한 것이다.

제로금리 해제를 통해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수단을 통화량 조절에서 금리 조절로 전환했다.

일본은행은 올 3월에 양적금융완화정책을 해제하고 금리 조절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금융정책으로 변경했다.

일본은행의 정책위원들은 소비자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주목하면서 지속적인 경기확대에 따라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해소됐다고 평가, 제로금리 해제 여건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은 또 당분간 저금리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차입금리 급상승 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제로금리 해제로 금리인상 기대가 형성돼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차입금리가 급승승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금리인상에 따른 국채의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실제로 일본 정부는 약 537조엔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1년 3월 도입된 양적금융완화정책 및 제로금리정책의 해제에 대해 회의적인 일본 재무성은 중소기업과 지방경제가 아직 좋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디플레이션의 재현을 경계하는 한편 금리가 1% 오르면 정부의 금리부담도 5조엔 늘어나게 된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에 반해 일본은행은 제로금리정책이 지속되면 과잉투자로 인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및 버블 발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같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제로금리정책을 해제하는 대신 급속한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제반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의 연장선에서 매월 1조2000억엔 규모의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조치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경제 평시상황으로 회귀
 
 
제로금리정책 해제는 일본은행의 정책수단이 금리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금융정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제로금리 및 양적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해 인플레 및 버블 발생의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통화정책 상의 수단이 크게 미흡했으며 통화량 증대로 인한 미니버블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제로금리 정책으로 금리조절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제로금리 해제를 통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및 버블 발생 가능성을 금리조절을 통해 불식시킬 수 있는 정책적 재량을 확보한 것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일본은행의 입지도 강화됐다.

결국 제로금리 해제는 일본경제가 기업 및 가계의 리스크 부담에 맞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취하는 평시 경제상황으로 전환한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해제 이후에도 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시키지 않을 것을 천명, 점진적이고 신중한 금리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해제는 펀드멘털 요인이 개선된 상태에서의 조치로서 경기상황이 불투명했던 2000년의 제로금리 해제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실물경제가 내수의 급속한 회복에 의해 견인되고 있고 특히 개인소비가 고용 및 소득 환경의 개선을 배경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 추세도 지속됨으로써 디플레이션 상황도 종료됐다.

2001년 이후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의 부채비율 및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등 기업 및 금융기관의 재무상태도 건전화됐다.

일본 경기가 착실하게 확장되고 있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확인되면서 제로금리 해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경기 확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제로금리를 해제한 배경이었다.

올해 6월 일본은행이 발표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및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는 +21로 3월에 비해 1포인트 상승했으며 향후 업황판단지수 역시 제조업이 1포인트 개선된 +22, 비제조업은 1포인트 개선된 +21로 예측되는 등 기업의 체감경기가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계획도 전년대비 2.7%(3월)에서 11.6%(6월)로 급증하고 있다.

경기회복 및 대기업의 왕성한 설비투자가 중소기업에도 파급돼 중소기업 업황판단지수가 -14.8에서 -1.3으로 크게 개선되는 등 기업의 설비투자 계획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6년 1월 이후 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 일본은행의 물가안정 기준치에 근접함으로써 제로금리정책 해제를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했다.
 
 
제로금리 해제로 각종 금리 상승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해제의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 국채 수익률은 1.91%로 증가하는 등 유통금리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도 금리동향에 맞춰 예금금리 및 주택담보대출금리 등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죠난상호신용금고는 대형은행보다 먼저 보통예금 금리를 연 0.1%로 인상했다.

대형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가세,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은 300만엔 미만의 수퍼정기예금 금리를 연 0.02~0.08%로 인상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직접적으로 가계 및 기업에 차별화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리인상으로 일본의 가계 전체 순이자소득을 증대시켜 소비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부문에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0.25% 금리인상으로 기업 전체의 경상이익이 1.1% 줄어든다.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1% 상승하면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서는 1.67조엔의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이같은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선 매출단가 또는 매출수량을 1.2% 증대시키던지 아니면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1.2% 삭감해야 한다.

금리인상은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장기금리가 1% 상승하면 대기업의 경상이익은 3.9%, 중소기업의 경상이익은 6.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며 금리상승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 현상도 중소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로금리 해제가 일본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0.25%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완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금리가 급속히 상승할 가능성도 매우 작을 전망이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제로금리 해제를 예상, 반영된 상태이며 일본은행이 정부의 국채 원리금 부담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국채의 매입 규모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기인한다.

단 단기금융시장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돼 조달비용이 실질 0에서 플러스로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해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정책에 대한 일본은행의 재량권이 확대됨에 따라 내년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지게 된다.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량 유출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자본 시장 위축은 물론 원화 절상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증권시장이 국제자금 흐름 변화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일본마저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할 경우 한국은행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동조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수익 악화 등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이 증대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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