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부담 적으나 불안감은 더 커


한국 고령자 60% “특별한 준비없다”

노후 설계에 대한 차분한 접근 절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노후 인프라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고령자들의 경제적 형편에 대한 불안감 또한 크지만 노후준비는 오히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 40대들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금전적 부담은 미국이나 일본의 동년배에 비해 오히려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가계조사를 기준으로 나온 한국 고령가구의 연평균 지출은 2인가구 기준으로 1464만원으로 나타났다.(2004년 기준)

같은 방식을 적용한 일본 고령자의 연평균 지출은 2744만원, 미국 고령자는 3513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노후자금 규모를 추정하면 2인 고령가구가 평균 수준의 노후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노후자금은 △한국 4억7345만원 △일본 7억1517만원 △미국 9억6184만원으로 미국이나 일본이 월등히 많았다.

이같은 추정치는 은퇴 연령을 60세로 가정하고 은퇴시점까지 노후생활비를 전액 마련하며 은퇴 이후에는 소득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매월 일정한 금액을 생활비로 쓰는 상황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노후부담과 노후생활 여건에 대한 인식 조사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70.6%가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한 반면 일본(60.4%)이나 미국(48%)의 고령자들은 오히려 낮았다.

고민이나 스트레스의 원인은 당연히 생활비 문제다.

생활비 문제로 한국 고령자 41.7%가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꼽은 반면 미국은 25.8%, 일본은 19%에 불과했다.

또한 노후준비에 따른 현재의 저축이나 자산의 충족도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 고령자의 67.4%가 ‘약간 부족’ 및 ‘전적으로 부족’을 답한 반면 일본(49.1%)이나 미국(29.7%)은 우리보다 낮았다.

노후자금 규모가 큰 일본이나 미국의 고령자들이 한국의 고령자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고령자들의 경우 노후생활 형편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관적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고령자들이 노후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노후생활비 마련을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한국 고령자는 59.9%가 특별한 준비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부담은 한국 고령자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하지만 노후 인프라와 노후 생활 여건은 취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노후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기대 및 목표 수준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과중한 자녀교육비 등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현실이 뒤따르고 있다.

한편 한 보험사의 직원이 작성한 노후관리 자료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소요되는 연간 총생활비는 3504만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사 도우미와 골프 등의 레저생활을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생활에는 연간 5594만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20년간 노후 자금은 기본적인 생활의 경우 7억80만원, 풍요로운 생활에는 11억1880만원이 있어야 한다.

그는 또 노후관리의 긍정적인 목표를 경제적 자립이라고 설명하면서 소득이 없는 30년 이상의 노년기를 버텨내기 위한 경제적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노후설계에 대한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단순히 노후에 대한 불안 등 공황심리를 갖기보다는 냉정한 타산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동남아시아를 목적지로 한 생계형 은퇴이민이 뜨는 이유도 노후설계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이어지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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