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연내 개정안 입법예고 계획
그간 자율규제뿐 법적 강제력 없어
5년 이상 장기 미매각 업체만 5곳

저축은행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 변동 추이
저축은행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 변동 추이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명무실한 자율규제로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정리가 더뎌지자 금융당국이 법제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중소금융과는 현재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에 대한 개정수요를 수집하고 있다. 연내에는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이다.

입법예고에는 저축은행이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시 일정 기간 내 매각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과징금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리 관련 법안은 다음 입법예고 때 포함될만한 사안”이라며 “연내에 다른 법안과 함께 개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에서는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저축은행이 담보물을 취득한 경우는 예외를 둔다.

이 경우도 저축은행중앙회의 표준 규정에 따라 취득 후 5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지난 2016년부터는 금융감독원도 저축은행이 소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 분기 공매 등을 통해 매각하도록 행정 지도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늘어나면 유동성이 축소돼,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또 그간 저축은행들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임대업을 영위하는 등 폐해도 있었다. 지난 2008년에는 일부 저축은행에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담보 부동산을 감정가보다 고가에 매입해 부실을 은폐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의 부동산 매각 속도가 급감했다. 올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의 총합은 1692억2200만원으로 전년 동기(1709억8200만원) 대비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5%에 이어 한 자릿수 감소율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의 전년 대비 감소율은 각각 30.5%, 32.1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이 멈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5년 이내 처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연 단위로 분석했을 때, 토지·건물·동산 각각의 부문에서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을 한 번도 축소하지 않았던 업체는 올 상반기 기준 총 5곳(머스트삼일·센트럴·오투·애큐온·한국투자)이다.

저축은행별로는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을 각각 총 4억2600만원, 15억3900만원씩 5년째 유지하고 있다. 오투·머스트삼일저축은행은 비업무용 부동산 중 건물 자산을, 센트럴저축은행은 토지 자산을 축소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회 표준규정의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표준 규정상 비업무용 부동산을 5년 이상 매각하지 않은 저축은행은 자산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위임하도록 돼있지만, 구속력이 없어 어기는 업체들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한편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시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처분기한 내 미처분 시 취득가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여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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