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추천 안되자 규제 샌드박스로 우회
시행시기 못 맞춰…'반쪽짜리' 그칠 우려

보험업권 마이데이터 허가 현황.
보험업권 마이데이터 허가 현황.

다음달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관리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정작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주요 서비스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막혀 해결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금융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빗팩토리, 아이지넷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 현행법 상 보험중개업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없으니 규제 특례를 통해 한시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도 중개업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마찬가지로 보맵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보험대리점을 등록하지 않고 ‘중개’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행 보험업법상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법인보험대리점(GA) 등록이 불가능한 탓에 때문에 이들은 지난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 시점에 일제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중 하나로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에도 규제 특례가 부여돼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는 제도다. 

핵심 서비스가 중단되자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우회로를 택했다. 문제는 언제 가능해질 지 모른다는 점이다. 통상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의결까지는 2~3달 이상 걸린다. 여기에 혁신금융서비스는 말 그대로 혁신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지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평가도 있다.

사실상 마이데이터 사업 일정에 맞춰 서비스를 재개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당초 인슈어테크 사업자들은 가명정보 활용으로 보장 분석 서비스를 강화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까지 잇는 사업 계획을 구상했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으로 플랫폼의 GA 등록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공개되지 않았다. 수수료 체계 등 소비자보호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타 업권과의 규율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까지는 입법예고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내년 하반기쯤이 되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사업 초기 핀테크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의 보장분석 서비스가 '단팥 빠진 찐빵'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보험사들과 달리 핀테크들은 헬스케어 보다는 마케팅 요소를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오픈 API를 활용했을 때 보안상의 이점은 있겠지만 ‘계피상이’ 보험 정보가 제외돼 정보 공개 범위가 협소해지고 초기에는 서비스에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 사이에선 불만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핀테크 관계자는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라이선스를 따 냈는데 차질이 생긴 상황"이라며 "서비스 재개는 시간의 문제로 보지만 당장의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슈어테크 업체 보맵은 보장분석 서비스인 '보장핏팅'이 중단되자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주력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면서 신규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인원감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력은 기존 60~70명 정도에서 4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한편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진 개인의 금융정보(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사업자로 허가를 받으면 개인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각 금융기관에 흩어진 가명정보를 취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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