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

최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본격 시행됐다. 이는 업권별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를 한 개의 앱을 통해 확인 가능한 서비스이다. 33개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를 받은 은행, 여전사, 금융투자사, 저축은행, 전자금융사업자 등은 개별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공된 고객정보를 소비자 기호에 부합된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의 대상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제공업체는 고객을 선점하고, 소비자는 최적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에 마이데이터는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로 평가된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소비자의 높아진 기대심리에 부응하는 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소위 킬러서비스 제공인데, 현재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제시하는 정보가 금융정보에 한정돼 생활정보와 연계된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영국 핀테크사 디지미(Digi.me)는 개인 고객의 소셜, 의료, 금융, 헬스, 음악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소비자에게 부가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자산 현황 및 SNS 데이터를 결합해 재무 컨설팅 외에 SNS를 통해 파악된 여행설계 정보(비용 절감을 위한 여행자보험, 호텔, 자동차 렌트 선택 정보)까지 제시한다. 또 건강 및 자가용 운전정보를 확보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질병 및 운전자 보험상품도 제안한다.
 
디지미의 다양한 정보제공이 가능한 데에는 데이터 확보 방식의 획기적 개선에 있다. 현재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은 플랫폼 업체 및 통신사업자로부터 소비자 정보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업권별 데이터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점이 데이터 가공을 통한 정보의 부가가치 제고에 한계로 나타난다.
 
하지만, 디지미는 소비자 계정을 통한 로그인 방식으로 다양한 소스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디지미의 데이터 가공절차를 거쳐 각 사용자의 클라우드 저장소에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된다. 개인정보를 디지미가 보관하지 않고, 사용자 개인 클라우드에 저장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작은 편이다. 

국내는 API 방식을 택하고 있어, 데이터 개방 정도가 높은 편이다. 특정 금융사 등에 소비자 본인 정보가 개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자칫 금융사고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게다가 건강정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에도 한계를 보인다. 국내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보유한 의료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아 소비자에 부합되는 보험상품 제안에 한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반면, 디지미의 경우 처방기록 등 개인의 건강기록을 비공개로 공유하며 건강정보 관련 알림서비스 및 보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데이터 이동권이 비금융권역에서 금융권역으로 확대돼야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플랫폼을 서비스 제공업체의 자체 시스템 인프라 대신 클라우드 상에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 민감한 부분인 소비자의 건강정보에 대한 공유 여부도 보안유지를 전제로 긍정적 측면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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