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비급여 누수] ②도수치료

병원, 20회 세트 치료로 530만원 청구
100명 중 1명이 전체 실손보험료 올려

[편집자주] 35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의료비 일부를 책임지는 실손의료보험이 병들고 있다. 병원과 환자간 이뤄지는 과잉진료, 의료쇼핑이 만들어낸 심각한 보험금 누수 때문이다. 일부 진료항목에서는 병원, 브로커, 환자 사이에 실손보험을 이용한 돈벌이가 횡행한다. 문제는 이로 인한 보험료 상승을 대다수 보험금 청구도 못해본 가입자들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대한금융신문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대표 비급여 항목을 뜯어본다.

2022년 1월 20일 11:0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수치료란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 혹은 의사의 감독 하에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치료다. 2006년부터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를 비급여로 인정, 100% 본인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16년차에 접어든 이 시술은 병원이 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해 비급여 진료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험으로 실제 치료비의 10~30%만 지불하고도 받을 수 있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과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에 대한 인정기준이나 치료의 내용을 정하지 않고 있다.

50대 전문직 종사자 A씨가 B병원에서 처음 도수치료를 받은 건 2017년 1월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같은 병원에서 약 5년의 기간동안 총 250회(일)의 도수치료를 통해 434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사는 도수치료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지만, “협박으로 느껴진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40대 보험모집인 C씨는 2017년 12월 이후 요추통, 어깨 통증, 무릎통증 등으로 지난해까지 총 172번의 도수치료를 받았다. 받아간 보험금만 4790만원이다. 치료 때마다 D병원은 영상진단이나 보존적치료 행위 없이 도수치료만 몰두했다. 이 중 65회의 치료에서는 병원이 미용치료를 도수치료로 둔갑해 보험금 청구를 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도수치료가 성행한다 해도 정형외과 근처조차 가보지 못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대부분이다. 도수치료 등 보험금 누수를 만드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들의 문제는 일부 가입자가 수없이 반복된 치료를 통해 보험금을 가져가는 행위다. 덕분에 매년 실손보험료는 10% 내외의 인상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 학회는 “치료효과 없다” 


2009년 표준화실손(2세대)이 탄생한 이후 도수치료로 인한 보험금 청구액이 급증하자 정부는 2017년 나온 착한실손(3세대)부터 도수치료를 특약형으로 분리했다. 최초 10회의 도수치료 이후부터는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필요한 치료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추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은 “실손보험 언제 가입하셨냐”는 질문을 통해 2017년 이전 가입자인지 여부를 물어보고 있다.

대표적인 도수치료 항목으로 여겨지는 ‘척추 측만증’에 대해 전문 학회에서는 어떤 입장일까. 대한척추외과학회는 “교정치료, 운동치료, 도수치료 등 수술적 방법 외에 허리를 펴준다는 치료들은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치료들이 아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건 보조기 착용치료법 하나뿐이다. 물리치료법, 전기치료법, 카이로프랙틱 등의 척추 교정방법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기치료는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다.

반면 일선 병원에선 도수치료를 필수 항목으로 소개한다. 강남S의원의 경우 척추측만증 교정치료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특화된 ‘운동/도수치료’를 운영한다며 환자를 유치 중이다.

이 의원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운동치료 등을 묶어 ‘세트 판매’를 한다. 여기에 전기치료, 온열치료, ENDO 치료 등이 더해져 20회 결제시 금액은 총 528만원이다. 병원은 여기서 30%인 370만원이 실손보험으로 청구되고 나머지 150만원 정도가 실제 가입자 부담이라고 설명한다. 1회당 치료가격은 7만원 꼴. 심지어 전기·온열·ENDO 치료는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항목이다. 도수치료에 패키지 형태로 포함시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가입자 1%가 보험금 대부분 받아가


E보험사가 지난해 도수치료로 지급한 실손보험금만 786억원이다. 도수치료로 지급한 보험금 규모는 2018년 480억원, 2019년 642억원, 2020년 717억원 등 매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증가하는 원인은 병원의 과잉 의료행위로 인한 가입자의 일탈 때문이다. 해당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도수치료로 인한 실손보험 평균청구 횟수는 5.4회, 평균 지급보험금은 73만원으로 2018년(4.3회, 55만원)보다 크게 상승했다. 

가입자별로 살펴보니 15회 이상 도수치료를 받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전체의 8.2%였다. 30회 이상 받는 가입자는 1.8%에 불과했다. 1.8% 중에서는 총 279번의 도수치료를 받고, 4892만원의 실손보험금을 타간 가입자도 있었다. 100명 중 대부분이 도수치료로 73만원을 타갈 때 1명은 몇천만원을 받아간다는 이야기다.

40대 직장인 F씨는 “허리 디스크 초기증세라며 정형외과서 도수치료를 권해 20회씩 끊어 본적 있다. 초기에는 실손보험으로 의료비가 해결돼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직장을 다니며 병원에 자주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라며 “나중에는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물어보며 세트판매를 권유하는 게 병원의 돈벌이처럼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보험금을 더 많이 타가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도 든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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