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1년마다 올리니까 3세대는 일단 건들지 말라는 거죠. 연말에 한번 상황을 보자. 그러면서 4세대 할인도 좀 연장하자고 같이 말이 나왔어요." 실손보험료에 대한 한 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5월부로 3세대 실손보험(착한 실손)이 인상주기를 넘겼다. 인상 시기는 내년 1월로 미뤄졌지만 불확실한 상황이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보험사들은 정부 눈치에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세대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은 107.5%다. 보험사가 100만원을 보험료로 받았을 때 지급한 보험금이 107만5000원이라는 의미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이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료 인상이 물가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손보험료는 물가지수에 포함된다.

이에 더해 4세대 실손의 할인도 연장할 것을 주문했다.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4세대 상품 전환을 위한 할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를 하반기까지 늘린 것이다.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와 반값할인 비용은 어디서 나올까. 보험사 주머니에서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많이 주고 적게 받는 상품을 운영하는 셈이다.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국민의 대부분이 가입한 보험이다 보니 보험료를 인상하면 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수치가 크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보험사에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실손시장은 이미 모럴해저드와 과잉진료 등으로 왜곡돼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과자 가격을 통제하자 과자 함량이 줄었고, 소주 가격을 묶자 소주 도수가 내려간 바 있다.

보험사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 피해가 소비자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하면 책임은 다시 보험사의 몫일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정부가 기업의 권리를 막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가지수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를 지향해야 한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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