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과일서 효모 찾아 양조장 40여 곳 납품
양조 부문만 연간 130억 수입 대체효과 기대

지난 2020년 창립된 국내 유일의 효모회사 ‘바이오크래프트’ 현재까지 20여종의 천연효모를 누룩과 각종 과일에서 찾아냈다. 사진은 KIBEX 행사에 참가한 바이오크래프트의 연구진과 김도형 대표(중앙).
지난 2020년 창립된 국내 유일의 효모회사 ‘바이오크래프트’ 현재까지 20여종의 천연효모를 누룩과 각종 과일에서 찾아냈다. 사진은 KIBEX 행사에 참가한 바이오크래프트의 연구진과 김도형 대표(중앙).

한 해에 수입하는 효모는 약 8~9000톤. 금액으로는 130억원가량 된다고 한다. 효모가 주로 사용되는 곳은 양조와 제빵분야다. 술의 발효는 물론 제빵 반죽의 발효에 효모가 쓰이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우리 술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에서도 프랑스산 ‘라파리장’이라는 제빵 효모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하지만 우리 술을 만드는 데 외국산 효모가 사용된다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를 비즈니스로 삼아 만들어진 회사가 하나 있다. 2년 전에 문을 연 바이오크래프트(대표 김도형)가 그 주인공이다.

미생물 등의 생물자원을 연구했던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겸한 효모공장을 차린 것은 지난 2020년 9월. 그리고 이듬해 3월 제주도 맥파이브루잉에 이들이 찾은 첫 번째 효모를 납품하면서 본격적으로 효모 사냥꾼의 길을 나섰다.

현재까지 이들이 찾아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효모의 수는 20종 정도. 여기에 국산 효모 사업을 진행해 온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찾아 상용화시킨 효모 6종도 바이오크래프트가 기술이전을 받아 판매하고 있어 총 26종의 효모를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크래프트가 자체적으로 찾은 20종의 효모는 주로 전통 누룩과 과일 그리고 꽃에서 분류해낸 것이다. 특히 누룩에서는 7종의 효모를 찾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원하는 술의 맛에 따라 효모를 찾는 곳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단맛이 강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있는 술을 원할 경우에는 당도가 있는 복숭아, 사과, 포도 등에서 효모를 찾으며, 산도 있는 신맛의 술을 만든다면 파인애플이나 신맛이 나는 감귤이나 금귤에서 효모를 찾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공기 중의 천연효모를 찾기 위해 ‘쿨십(cool ship)’ 방식으로도 효모 사냥에 나선다고 한다. 쿨십은 개방형 발효조에 당화액을 담아 자연상태에서 공기와 접촉해서 야생의 효모가 앉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벨기에의 람빅 등의 맥주를 만드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이오크래프트가 국내에서 인지도를 형성하게 된 것도 바로 쿨십으로 야생의 효모를 찾으면서라고 김대형 대표는 말한다.

쿨십을 통해 야생효모를 찾은 첫 파트너는 맥주 브루어리인 서울집시. 그리고 두 번째는 수원에 있는 펀더멘탈브루잉이었다. 물론 이곳은 양조장 자체적으로 쿨십을 진행해 발효액을 바이오크래프트에 맡겨 야생효모를 찾아달라고 한 경우다.

이밖에 전통주 양조장인 여주의 술아원도 매화꽃의 효모를 분류해달라고 요청해와 3종의 효모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효모는 당분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산한다. 사진 중앙의 배지에 하얗게 뭉쳐 있는 부분이 효모들이며, 제주도의 감귤에서 찾아내 세종스타일의 맥주 제조에 사용된다.

이처럼 브루어리들이 야생효모를 찾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맛의 다양성을 찾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맥아와 부재료, 그리고 홉을 이용해 다양한 맛을 내왔지만, 방법적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효모에서 차별화된 맛을 내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특히 야생효모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게다가 효모를 찾는 일 자체가 양조장의 스토리텔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맥주 양조장들을 움직이게 한 동인으로 보인다.

맥주양조장인 어메이징브루잉에서 막걸리 ‘마크 홀리’를 생산하면서 전북 지역의 누룩에서 찾은 효모를 사용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강원도 속초에 있는 몽트비어에서 토종쌀로 빚은 맥주 ‘음미하다’ 시리즈에도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담겨져 있다. 몽트비어에선 라거와 에일, 고제 3종류의 술을 만들면서 양평지역의 토종쌀과 국내에 자생하는 홉, 그리고 제주도 오일장에서 찾은 보리누룩에서 추출한 효모를 사용했다. 즉 국내산 재료, 그것도 토종이라는 브랜드를 자신들의 제품에 담아낸 것이다.

현재 바이오크래프트가 효모를 공급하고 있는 곳은 막걸리 양조장 10곳과 맥주양조장 32곳이다. 그중에서 포천의 일동주조와 이동주조, 그리고 김포의 문배주 등 3곳의 우리술 양조장과 맥파이, 서울집시, 와일드웨이브, 인천맥주, 끽비어 등의 5개 맥주양조장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효모 공급 이상의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바이오크래프트는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경기도 파주에 새롭게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연구원 숫자도 4명에서 7명으로 조만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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