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 결제리스크 발생 문제제기

증권 … 고객편의성 위해 허용해야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지급결제 허용’을 두고 은행과 증권업계간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은행업계는 증권사가 소액결제시스템에 참가할 경우 결제리스크 발생을 이유로 반대, 증권업계는 고객편익 증진과 자본시장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으로 인해 은행중심의 금융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예견해 두 업계간 신경전은 자통법 시행시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급결제 허용 논란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비예금수취기관의 지급결제업무 취급 논의에 관하여’라는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결제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자통법의 ‘지급결제 허용’조항에서 결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고객예탁금만을 지급결제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고객예탁금 수입과 증권사의 예치 사이에는 하루의 시차가 존재해 결제불이행 상태에서 파산할 경우 지급결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은은 증권사의 결제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증권거래에 따른 대금결제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결제리스크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증권사가 직접 취급하는 결제규모나 범위가 확대될 경우 리스크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증권사가 소액결제시스템에 참가할 경우 은행과 같이 순채무한도제, 담보증권예치제 등 결제리스크 관리 제도를 따르기 때문에 증권사 고객예탁금의 결제리스크가 은행보다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예금보호대상이며 하루 이체가 가능한 금액에 대해 증권금융이 100% 담보를 제공토록 하고 있어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도 증권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약 552%로 총위험액 대비 5.5배 수준으로 상당 수준의 위험흡수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통법이 통과될 경우 전체적으로 은행권이 불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소액 지급 결제’에 너무 집작한다”며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될 시 20조원 가까이 증권사 쪽으로 자금 이동이 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객 편익 증진 여부
증권업계는 CMA, 적립식 펀드 투자 활성화 등 증권사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규모가 확대 추세로 고객편익을 위해서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해당 증권사가 업무제휴를 맺은 특정은행의 계좌를 반드시 보유해야 하고 은행의 예금계좌에 비해 수시입출금 및 이체업무시간 등 금융거래에 있어서 제약과 불편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급결제 허용은 증권업계의 직접적인 이득이 아니라 일부 은행 예금자들이 자본시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 저변 확대가 핵심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증협은 지급결제 허용과 함께 20조원이 유입될 경우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이자 소득이 연간 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금액은 은행이 지급하는 저축예금의 금리가 0.3% 내외인 데 비해 증권사 CMA 금리는 평균 4.3%로 4.0%포인트의 금리차로 그만큼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커진다는 계산이다.
반면 은행권은 증권계좌에 지급결제기능이 허용되더라도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증권계좌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가 폐지됨으로써 고객들이 점포수가 많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영업점이 적은 증권사의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객들은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던 제휴은행계좌와 증권계좌간 자금이체가 타행간 자금이체로 전환됨에 따라 새로운 수수료 부담을 추가로 부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균형 발전
자통법이 금융혁신과 경쟁촉진을 위해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은행과 증권업계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의 결과 간접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은 지난 2001년 99조원에서 2006년 48조원으로 감소했고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2004년 52%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또한 금융회사간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 자본시장 관련 금융회사(증권, 선물, 자산운용)의 자산총액은 은행에 비해 6%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균형적인 금융시스템으로는 혁신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장기투자상품 제공 등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지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과 자본시장의 균형 회복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금융업, 즉 금융투자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의 획기적 변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경제의 변화·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자통법의 입법은 중요한 과제이며 조속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