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구당 사망보험 가입률 76%

한국 42%불과…떠오르는 성장동력

 

한국의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상당한 수준이 이르렀지만 고객니즈에 맞게 지속적인 상품혁신을 단행한다면 보험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현 시점에서 사망보험 등 보장자산 확대 전략이 가장 매력적인 보험시장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 판매조직 육성을 통해 고객니즈에 부합한 보장자산 상품을 개발, 판매하면서 보험업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들이 축적된 보장자산을 자녀 학자금, 결혼자금, 노후생활 자금, 자산상속·증여 등 생애 필요자금으로 인출해 사용하는 등 보장자산이 생애 필수 자산포트폴리오(Portfolio)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사망보험 가입률 42%, 보장자산 준비도가 36%에 불과하고 주력경제 활동인구 중 보장니즈가 큰 연령층이 20~49세인 점 등 사망보장시장이 초기단계다.

따라서 미국, 일본이 1인당 GDP 1만5000~3만달러 사이에 사망보험시장이 고성장한 경우처럼 한국의 향후 보장자산(사망보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삼성생명 라이프케어 연구소 주최 보장자산 국제 심포지엄(지난 26일 개최)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로버트 커즈너 미(美)생보협회장, 마사다 후미오 일본생명 기초연구소 전 사장, 류근옥 서울산업대 교수 등 세계 보험석학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보장자산 확대는 세계적 추세

올해 초 삼성생명이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불을 지핀 ‘보장자산 확대 바람’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보험성장 수준 단계에 따라 비슷한 시장 사이클이 이뤄지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생명보험 산업은 지난 30년간 신계약 기준 연 4.5% 지속 성장해 수입보험료 5170억 달러로 세계 1위, 가구당 사망보험 가입율 76%에 도달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5000달러가 되던 80년대에 연 9%의 고(高)성장했고 1990년대 초반에는 성장이 일시 정체됐으나 각종 금융기법을 전통보험과 결합해 고객니즈에 대응한 결과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커즈너 회장은 “미국 사망보험 시장의 꾸준한 증가와 높은 보장자산 규모는 생보사들의 고객니즈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상품 개발과 전문 판매조직 육성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시장은 5단계로 발전하는데 미국 보험사들은 각 단계마다 종신보험→ 유니버셜보험→변액보험 등 고객니즈에 맞춘 상품의 혁신한 결과 지속적인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생명보험 가입률 87.5%, 수입보험료 세계 2위로 보험대국이다. 가구당 보장자산 규모는 현재 3105만엔(2.4억원) 수준으로 생명보험을 필요자금 마련을 위한 최우선 수단으로 인신하는 등 사망보험 가입이 보편화됐다. 일본 보험계약자들은 더 나아가 가구당 6209만엔(4.8억원)의 보장자산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의 보험시장은 전후 50년간 꾸준히 성장했으며 특히 사망보험은 1인당 소득 1만달러에 도달한 1980년 초반부터 소득이 2만5000달러에 도달한 1997년까지 20여년을 매년 12% 가량 성장하고 가입률도 급격히 늘어났다.

마사다 후미오 일본생명 기초연구소 전 사장은 일본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으로 전후 경제부흥에 따른 고도성장, 사망보장 중심의 회사 전략, 상품에 의한 신규 수요 창출 등을 제시했다.

 

◆성장잠재력 커…10여년 후 선진국 버금

짧은 기간 내에 생명보험업이 빠르게 발전한 한국은 향후 15~20년이면 선진국 수준의 보험시장 성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보장자산에 도달하는데 150년이 소요됐으나 한국은 이보다 훨씬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것.

국내 보장자산(사망보험) 가입률은 42%로 선진국의 75∼80%대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다.

커즈너 회장은 “한국의 보장자산과 가구 소득을 감안할 때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며 이와 같은 보험시장의 성숙과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종신보험과 유니버셜 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사망보험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옥 서울산업대 교수는 “국내 생명보험 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구 보험가입률 89%, 수입보험료 규모나 보험침투도(수입보험료/GDP)에서 세계 7~8위로 선진국 대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하면서 “가입 보험이 대부분 단순 교통재해나 상해 혹은 암 등 특정 질병보험 중심으로 보험 본연의 보장자산(사망보험) 가입률은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가계의 보장자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이 30~40대인 가구의 필요 보장자산은 3억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보장자산 준비는 1억에 불과하다.

 

◆시장 확대의 핵심 키워드

생명보험은 3층 보장의 한 축으로 국가, 기업과 함께 개인이 준비하는 필수 자산 포트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한국 사망보험금 1건당 지급액은 1800만원에 머물고 있다.

즉 사회안전망으로써 생명보험 본연의 역할이 미흡한 현실이다.

류근옥 교수는 “생보사는 보험의 본질, 즉 보장자산 확대를 위한 사망보험시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끊임없는 고객니즈 창출을 위한 상품, 컨설턴트 재정설계 역량 개발 및 전문성 제고, 회사시스템 등 보험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커즈너 회장은 “한국도 가구당 보험가입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나 가구당 사망보장 가입금액은 불충분한 상태이므로 왜 더 많은 사망보장이 필요한지 고객들을 설득시켜야 하며 이것이 생보업계의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망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가족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노력과 함께 고객니즈를 읽을 수 있어야하며 프리젠테이션 역량과 고객의 신뢰를 받는 전문적인 파이낸셜 플래너(설계사)의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사다씨는 “일본은 20여년에 걸쳐 사망보험시장이 발달해 사망보장의 이익이 생보사의 경영을 견인하고 있다”며 “한국은 짧은 사망보장시장 이후에 급격히 투자·의료·연금으로 전환을 시도하였으므로 사망보장 시장의 발전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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