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내릴 수 있을까. 그간 보험업계에 호재로 여겨졌던 금리 인상이 악재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급격한 재무건전성 악화로 한바탕 곤란을 겪은 뒤, 이번에는 보험료 인하에 대한 부담으로 속을 앓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보험사의 고민이 발생한다. 높아진 이익률은 보험사의 예정이율에 반영돼 보험료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금리 인상으로 생보사들의 투자손익이 증가하면서 보험료 인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생보사의 투자손익은 11조9378억원으로 전년(12조5108억원) 대비 5730억원 감소했으나, 이는 지난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특별배당(8019억원)의 기저효과다. 실질적으로 약 2000억원의 투자손익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 오르면 신규 또는 갱신되는 보험계약의 보험료가 5~10% 인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이율은 이달 말쯤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평균공시이율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보험사에 적용될 평균공시이율도 오를 것이 유력해 보인다. 평균공시이율이 오르면 예정이율도 인상되고 보험료는 내려가는 구조다. 

문제는 투자손익 증가에 비해 보험손익 악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의 보험손익은 -5조6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원 이상 악화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준 당기순익도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축소된 상태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생보업계서 벌써 8조원의 보험수지 적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하가 가져올 보험업에서의 적자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생보사의 보험손익은 지난 201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5년간 본업인 보험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저금리 상황이 유지됐기에 보험료 인하 압박이 적었다. 일부 보험사는 몇 차례 예정이율을 낮춰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적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못한듯하다. 금리 인상으로 보험료 인하에 대한 기대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금감원이 직접 생보사에 보험료 산출체계의 합리성을 점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보험계약은 수지상등의 원칙에 따라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험으로 인한 수입과 지출이 같도록 수지차를 제로(0)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사정을 감안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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