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꾸준한 증가세…코로나에도 오름세 ‘유일’
“집행 관련 法은 없어”…회사 자체 규정 모호”

 

지난해 금융권 접대비 규모가 4500억여 원에 이른 가운데 이중 큰 폭으로 늘어난 증권사 비용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증권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장기화 속에서도 금융권 내에서 유일하게 주춤세가 없는 등 해마다 지출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속 증가 추이 속에서도 접대비 집행에 대한 통제는 작동이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된다. 불건전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기준에 대한 법적 규정이 부재한 실정으로 제재에 대해 회사 내부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년간 접대비 늘려온 증권사…1인당 액수도 최고 


지난 8일 본지가 금융감독원(금감원)·국세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전체 기업의 접대비는 1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지만 금융권에서의 비용 지출은 증가했다. 

금융지주, 은행, 증권사, 손해보험회사, 생명보험회사 등의 2021년 지출금액은 4421억8100만원으로 전년(4050억9800만원)과 비교해 9.2%가 올랐다. 특히 이 가운데 증권업계의 비용이 눈에 띈다. 증권사의 접대비는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20% 가까이 증가했으며, 지난 2017년도부터 작년까지 그 액수가 지속해서 늘어왔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60곳의 접대비는 2115억4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17.5%가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면 영업 활동이 위축됐던 2020년도에도 증권업계는 접대비 지출을 전년보다 더 확대했다. 이 시기 비용 증가세가 나타난 곳은 금융권 중 증권업계가 유일하다. 증권사의 접대비는 지난 2017년 1441억8000만원, 2018년 1526억6000만원, 2019년 1759억2000만원, 2020년 1801억원, 2021년 2115억4000만원으로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200억원대의 접대비를 사용했다. 미래에셋의 지난해 비용은 총 207억9000만원으로 지난 2017년(155억5000만원)과 비교해 33.7%가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대우였던 당시 부적절한 접대비 지출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미래에셋 영업 직원들이 퇴직연금 계약 체결을 위해 사용자에 대한 편익 제공 한도(3만원)를 훨씬 초과한 1830만원 상당을 골프접대 등으로 2년간 94명에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접대비는 전년 대비 22.1% 오른 14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최근 5년간 내림세 없이 꾸준히 비용을 늘려왔다. 지난 2017년 85억5000만원, 2018년 95억1000만원, 2019년 104억6000만원, 2020년 11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속적인 증가 추이 속에 지난해 접대비(152억6000만원)가 지난 2017년(89억6000만원)과 비교해 70.3% 대폭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직원 1인당 금액에서도 증권사의 접대비 규모는 여타 기업과 상당한 차이로 눈에 두드러진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 CXO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100대 기업 중 비용을 공개한 기아, 현대중공업 등의 접대비는 약 3만원에 불과했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1000만원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이 87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증권(538만원), 미래에셋증권(473만원), 신영증권(455만원), NH투자증권(385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영업은 IB 비중이 높은데 결국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노하우, 컨설팅 서비스를 파는 것”이라며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은행이나 보험, 다른 제조업종 등보다 당연히 접대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거래처에 지출되는 접대비는 고객과의 식사나 술자리, 선물, 골프접대 등에 사용된다. IB 부문 중 기업 M&A 건은 규모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최대 수백억원에 달해 증권사는 거래 기업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건전 영업 상당한데 기준은 회사가 정해”    


문제는 증권사 접대 비용이 상당한 규모로 지속 증가 추이에 있는 상황에서도 집행 투명성에 대한 통제가 엄격히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는 데에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는 금지되고 있지만 그 구체적 기준에 대해선 법적 규정이 부재한 실정으로 회사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정하게끔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투자회사와 거래상대방의 임직원 간 여전히 유흥업소, 골프장, 고가의 식당 등에서 접대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거래상대방의 재량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많아 대가성이 있거나 부정한 청탁과 함께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지되는 선물이나 식사비 한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법적 규정이 없다”며 “영업행위 기준에 관한 법은 시행령에서 시행령은 다시 금융위원회 고시로 위임하고 있다”며 “금융위 고시는 다시 금융투자협회 규정으로 위임하고 이 규정은 결국 금융투자회사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불건전 영업행위의 기준을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와 관련 제재가 무의미한 수준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회계 감독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내부통제로 다 이뤄진다”며 “회사 규정에서 어긋나면 처벌도 내부에서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 및 담당 임원에 대한 제재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기획취재팀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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