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학 대표 “20~30대 여성 입맛 맞춘 와인 생산”
와인 15종에 연 매출 10억 넘긴 ‘찾아가는 양조장’

경상북도 영천은 포도의 대표적인 산지다. 이곳에서 15종의 와인을 생산하며 영천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한 곳이 고도리와이너리다. 캠벨과 MBA, 청수, 샤인머스캣 등 8종의 과수를 농사지으면서 농가형와이너리의 모델로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최봉학 대표.
경상북도 영천은 포도의 대표적인 산지다. 이곳에서 15종의 와인을 생산하며 영천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한 곳이 고도리와이너리다. 캠벨과 MBA, 청수, 샤인머스캣 등 8종의 과수를 농사지으면서 농가형와이너리의 모델로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최봉학 대표.

경상북도 영천시는 전국 포도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의 포도 산지다. 이곳에는 13곳의 와이너리들이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 연 매출 10억 원이 넘는 곳이 한 곳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고도리와이너리(대표 최봉학, 62)이다.

국내에 연 매출 10억원이 넘는 와이너리는 사실 많지 않다.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래서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도 최 대표의 호기심과 도전에는 ‘멈춤’이라는 단어가 없는 듯하다.

새로운 품종이나 희귀한 재료를 구하면 바로 양조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다. 발효탱크와 숙성탱크가 부족해도 일을 먼저 벌이고 뒷수습을 하는 식으로 늘려간다. 아마도 오늘의 고도리와이너리의 성과는 최 대표의 이러한 추진력이 일궈낸 결과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사실 최봉학 대표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34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유고에 따라 선택하게 된 귀향. 농사 경험 없이 시작된 농촌 생활은 빚만 늘게 했고 마음 한번 편하게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는 귀촌은 그에게 큰 벽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렇게 5년 동안 최봉학 대표는 좌충우돌하며 견뎌내듯이 영천에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다시 도시로 나갈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때 그의 마음을 잡아준 것은 지난 5년 동안 쏟아부은 정성과 땀이었다고 한다.

처음 내려와 한 일은 사과나무를 포도나무로 바꾼 것. 처음 5년은 모든 것이 더뎠다고 한다. 그러다 거봉에서 수익을 내면서 조금씩 나아졌으며 2000년대 중반 포도만으로 1억원 정도의 수익을 내면서 포도주 양조를 생각하게 된다. 늙어서 멋지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취미로 와인 양조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2008년에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취미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천시 차원에서 와인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10곳의 포도원을 선정해 농가형와이너리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가족과 주변의 반대로 시작 첫해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듬해 와인양조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최봉학표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고도리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현재 15종이며 내년에는 18종이 된다고 한다. 좋은 재료가 나오면 최봉학 대표는 좋은 와인을 생각해서 양조에 들어간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오늘의 고도리와이너리를 만들어낸 동력이다. 사진은 고도리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고도리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현재 15종이며 내년에는 18종이 된다고 한다. 좋은 재료가 나오면 최봉학 대표는 좋은 와인을 생각해서 양조에 들어간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오늘의 고도리와이너리를 만들어낸 동력이다. 사진은 고도리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이렇게 시작해 햇수로 14년이 되면서 15종의 술을 생산하게 되었고, 연 매출도 10억 원을 넘기는 양조장이 된 것이다. 그 사이에 그의 포도원은 수없이 나무갈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나무갈이의 이유가 꼭 수익만은 아니었다. 사과에서 포도로 바꾸고, 또 포도만으로 안되는 생각에 복숭아를 가꾸기로 한 것은 모두 경제적인 이유가 앞섰다. 그런데 카베르네 쇼비뇽과 시라를 심은 것은 그의 호기심이 거의 유일한 이유였다. 외국의 주요 품종들이 우리 땅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말이다. 그것이 2019년의 일이다.

많이 심지는 않았다. 800평의 땅에 400주 정도 심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라는 다 죽고 말았고, 카베르네 쇼비뇽만 40여주가 남은 상태다.

그런데도 그는 좋은 와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올해 수확한 카베르네 쇼비뇽의 품질이 좋았다며 그는 자신의 MBA와 섞어서 양조했다. 양은 많지 않지만, 그의 손길에서 우리 와인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도리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은 앞서 말했듯 15종이다. 이 숫자도 많은데 올해 3종을 더 양조했다고 한다. 새로 담은 술은 ‘골드 킹’과 ‘골드 핑거’ 품종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이다. 게다가 귀한 무궁화꿀이 생겼다며 이것도 ‘미드’로 만들 계획이란다.

샤인머스캣, 거봉, 복숭아, 머루 등 8종의 과수 농사를 지으면서 15종의 술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좋은 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처음 고도리에 상을 안겨준 ‘거봉’ 화이트, 와이너리의 효자상품으로 자리한 ‘복숭아와인’, 7년쯤은 숙성돼 단맛과 짠맛과 알코올감까지 가득한 브랜디까지 무엇하나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술이 없다. 와이너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 품종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다. 그의 레드와인은 MBA와 머루포도를 섞어서 만들고 있는데, 부족한 타닌감을 위해 머루를 더 넣을 계획을 짜고 있다. 그래서 고도리와이너리에는 항시 활기가 넘친다.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