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판매사 거짓 설명으로 착오 유발”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계약취소 적용

48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6개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22일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해외 운용사가 중요한 부분에 대해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만들었고 6개 금융회사는 계약 체결 시 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신용도와 재무 상태가 우수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이런 상품 구조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반 투자자가 독일 시행사의 시행 능력 등에 대해 직접 검증하길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이 펀드를 판매했으나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를 중단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이 펀드가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다 위험이 높고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및 미분양 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음에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계약 취소 적용과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분조위를 진행해왔다.

핵심 쟁점은 판매 중단 원인이 처음부터 존재했는지, 사후적으로 운용 시 발생했는지 여부였다.

김범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부원장보는 “이번 사건에서 독일 시행사의 사업시행 이력이나 재무 상태는 매우 중요한데, 시행사 사업이력이나 신용도는 거짓 또는 과장됐고 재무는 2014년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상품제안서상 시행사가 부동산 매입 시 20%를 후순위 투자하겠다고 돼 있지만 시행사의 재무상태로는 20% 투자가 어려웠으며 실제 투자한 사실도 없었다.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구조도 지적됐다. 투자자들은 2년간 판매사·운용사에 약 5.5%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계약했지만, 시행사 자회사 등으로 추가 수수료가 부과돼 사실상 24.3%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헤리티지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한 데 이어 이 펀드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에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헤리티지 펀드 판매 규모는 신한투자증권이 3907억원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순이다.

분쟁 조정 신청인과 이들 판매사가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립하면 조정이 마무리된다. 이어 나머지 일반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신속히 자율 조정이 이뤄져 일반 투자자에게 4300억원의 투자 원금이 반환될 전망이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1849개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원금의 전액 반환이지만 4300억원만 돌려주게 되는 것은 분조위 조정 대상에서 전문 투자자들은 제외했기 때문”이라면서 “전문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이 문제를 미리 파악했을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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