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변액 안 팔리자 급감
운용 여건도 악화…보증 잠재손실
커지고 퇴직연금선 역마진 공포도

2022년 11월 23일 11:2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사의 특별계정 자산이 올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 주가 하락에 따라 투자한 자산이 쪼그라든 데다, 변액보험이 위축된 여파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23개 생보사의 특별계정 자산은 176조220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195조4290억원) 대비 19조1952억원 줄어든 수치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5조668억원), 한화생명(3조4616억원), 교보생명(2조2697억원), 미래에셋생명(2조2633억원) 등의 자산이 감소했다.

생보사의 자산은 자산운용의 투자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계정이 분리된다. 보험사가 위험을 부담하는 일반계정과 보험계약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특별계정이 별도로 운영된다. 퇴직보험, 퇴직연금, 변액보험 등이 특별계정에 포함된다.

특별계정 자산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증시가 하락하자 특별계정 내 유가증권에서 손실이 확대되면서 자산도 급감했다. 특별계정 내 유가증권 자산에서만 올해 11조4940억원이 빠졌다.

변액보험에서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줄다 보니 운용할 자산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올해 8월까지 생보사가 변액보험에서 거둔 수입보험료는 8조8621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925억원)과 견줘 3조2304억원 줄었다.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914억원 감소했다. 

변액보험 판매가 위축된 건 얼어붙은 증시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소비자의 보험료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운용실적을 환급금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이렇다 보니 증시가 좋을 땐 수요가 많고 반대의 경우 수요가 줄어든다. 실제 수익률이 떨어지자 계약을 해지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후문이다.

문제는 변액보험에서 잠재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에는 최저사망보험금보증(GMDB), 최저연금적립금보증(GMAB) 등 손실을 제한하는 보증옵션이 부가돼 있다. 투자 실적이 나빠지더라도 계약자에게 보증한 최저 보험금의 지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별도로 준비금을 마련하는 것.

보증준비금 적립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험사 순이익이 깎이게 된다. 생보사들은 주가 하락과 금리 변동으로 변액 보증준비금 규모가 늘면서 이차손실이 커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증시 약세로 변액보증 손실 규모만 16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퇴직연금 역마진 공포도 엄습하고 있다. 올해 신규로 진입한 일부 퇴직연금 비사업자가 경쟁적으로 고금리를 제시하자 금리 경쟁이 과열될 기미가 보인다. 보험사가 보유한 퇴직연금 자산의 30% 가량이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타사의 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달 퇴직연금 상품에 적용하는 이율도 급격하게 올랐다. 퇴직연금 비사업자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상품(1년 만기)의 금리는 최고 7~7.5%에 달한다. 사업자의 퇴직연금 금리는 5%대 수준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금리, 증시 영향으로 특별계정 운용 여건이 좋지 않다"며 "이미 생보사들은 변액보험에서 대규모 보증손실을 겪고 있는데 퇴직연금마저 과열경쟁을 띤다면 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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