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단기증권 지원책에
이달 매도액만 14조원 몰려…
금리상승 자극시 안정성 우려

2022년 11월 30일 11:2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장려하자 연말에 보험사의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P는 금융사가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짧게는 1일 길게는 3개월간의 기간을 두고 발행되는 초단기 자본조달 수단이다. 채권(물건)을 맡기고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전당포 거래와 유사하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8일까지 보험사들이 매도한 11월 RP의 총금액은 14조32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월평균 6조8000억원 정도의 RP 매도가 이뤄졌으나, 이후 9월과 10월 각각 9조4321억원, 10조4013억원까지 매도량이 증가했고 이달 또다시 급등이 발생한 것.


단기자금시장 금리상승 촉발할까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보험사의 RP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생명보험사가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보험의 만기가 내년 2월까지 대거 몰려있어 자금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험사의 RP가 과도하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물량이 시장을 자극해 금융권의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달 보험사가 매도한 RP의 평균금리는 3.18%로 지난달 평균(3.12%)보다 0.06%포인트 오른 상태다. 지난 9월(2.60%)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주에는 5.75%의 기간물 RP거래도 발생하면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RP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단기자금시장에 매물이 갑작스레 쏠리면서 전체적인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R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많기 때문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대란에 꺼낸 카드 ‘RP’


통상 생보사는 저축성보험이나 채권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방안을 활용하기 어려운 시장환경이 조성되면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저축성보험에서는 보험사 간 금리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3%대)를 훌쩍 뛰어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달엔 역마진과 소비자 보호 우려에 금융감독원이 금리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연말엔 확정금리 6%대 상품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채권을 발행하거나 매각하는 방안도 제한적이다.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시장 경색에 보험사의 채권발행 실패가 이어지고 있을뿐더러, 지난달부터는 금융당국이 채권매각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보니, 금융당국은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RP를 제시하고 있다.

이달 초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이 유동성 부족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흥국생명이 발행한 RP를 시중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지난 28일에는 보험사의 특별계정에 RP매도를 허용할 것을 규정했다. 그간 보험사들은 보험업법에 특별계정 RP 매매가 명시돼 있지 않아 RP를 활용하지 않았다. 지난달부터는 한국은행도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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