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분석실]
복층설계로 신사협정 준수하면서도
짧은 갱신주기로 상품 경쟁력 확보

2022년 12월 21일 15:2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생명이 올해 논란이던 소액암(유사암) 담보 공략법을 제시했다. 보험사 간 신사협정을 준수하면서도 상품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多)사랑통합보험V2’ 상품을 통해 일반암 가입금액은 최대 2억원, 소액암은 4000만원 수준까지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이 합의한 소액암 비율인 일반암 대비 20%를 지키고 있는 것.

보험사는 암보험을 일반암과 소액암 등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제자리암, 기타피부암 등으로 일반암에 비해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든다. 때문에 일반암보다 가입금액을 낮게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품은 일반암 특약에서 복층설계가 가능하다. 보험에서 복층설계란 계약에 갱신형과 비갱신형을 함께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일반암 가입금액이 1억원이라면 8000만원은 갱신형, 2000만원은 비갱신형으로 쪼개 설계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액암은 20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갱신주기가 최소 3년으로 타사 대비 매우 짧다는 것. 갱신주기 도래 시 일반암 8000만원에 대한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면, 3년 뒤에는 일반암 대비 소액암 가입금액이 2000만원으로 같아져 비율이 1대 1로 변경된다.

아울러 갱신형 계약이 포함돼 있어 일반암 가입금액 전부를 비갱신형으로 설계할 때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갱신주기 도래 때 갱신을 포기한다면 보험료는 더욱 낮아진다.

위의 복층설계 기준대로 40대 남성이 해당 상품의 해지환급금미지급형V2에 100세 만기, 20년 납입, 주계약 가입금액 100만원으로 가입했을 때 월납 보험료는 4만7430원이다. 3년 뒤 갱신을 포기한다면 보험료는 3만2230원까지 낮아진다.

반면 이 남성이 일반암 가입금액 전액을 비갱신형으로 설계한다면 월납 보험료는 13만3030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는 휴대폰을 구매할 때와 유사하다. 휴대폰을 할인해 주는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를 몇 개월간 사용한 뒤 요금제를 변경하듯, 3년 뒤에 갱신을 포기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가입이 가능하다.

KB손해보험의 닥터실속건강보험 등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설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암 담보 갱신주기가 20년으로 비교적 길다.

한 보험설계사는 “암보험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복층설계 때 갱신주기는 짧아야 5년 정도로 적용됐다”며 “이 경우도 노인분들만 해당되는 것이었는데 흥국생명이 기발한 방법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금감원은 암보험 앞서 지난 7월 금감원은 암보험 과열경쟁이 소비자 분쟁을 야기하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유의사항을 보험사에 전달했다. 일반암보다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유사암 진단비를 활용한 영업경쟁이 극에 달하자, 진화에 나선 것. 이후 생명·손해보험업계는 올해 10월부터 일반암 대비 유사암의 가입한도 비중을 100:20으로 맞추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상태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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