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영 금지" VS "당연한 추세"

상법 보험편의 개정이 추진되면서 불거진 보험업계간 세제 비(非)적격 연금보험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그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연금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적격연금은 연금불입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소득세를 내야하는 반면 비적격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지만 연금수령 시 소득세가 없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연금수령 시 소득세 면제 상품은 법적근거 상 생보사에만 허용돼 있다.

이에 손보업계는 금융업종간의 장벽철폐 및 겸업화 추세를 들며 이번 상법 개정 시안에 근거를 마련, 세제 비적격 연금상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생보업계는 손보사들의 주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손·생보 겸영 유례없어=기존 시장을 사수하고자 하는 생보업계는 손보사의 참여 반대 이유로 세계적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겸영을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생·손보 겸영을 허용하던 영국은 1982년부터 생?손보 겸영을 불허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겸영 불가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이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손보업의 특성상 쓰나미, 9?11 사태와 같이 예측하지 못했던 자연재해 및 대형사고 발생시 한순간에 손보사가 부실화 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생보업계는 생보사는 손보 고유영역에 대해서 판매를 못하게 하면서 손보사에게만 모든 상품을 허용하라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럴 바에 생·손보 면허통합을 통해 생손보 사업을 일원화해 완전 경쟁하도록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보험 전문가들은 손보사들이 지속적인 생보 상품 허용을 요구하기보다 손보 고유영역에 대한 경쟁력 제고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 학자는 "선진국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이외에도 화재, 해상 등 재해보험, 배상책임보험, 원자력보험 등 다양한 손해보험 영역 개발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 하고 있는 반면 국내 손보사들은 손해보험 영역 개발은 등한시하고 생보영역 판매 비중을 늘려 수익구조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흐름 반영해야=손보업계는 금융장벽이 허물어진지 오래고 겸업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및 구조조정 자연유도라는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도 부합하는 손보사의 세제 비적격 연금상품 판매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보사에 연금보험 판매가 허용될 경우 다양한 상품 구성이 가능해져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난 17일 법무부 상법 보험편 공청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세민 교수는 "법무부 시안의 분할지급 규정을 개선해 다양한 연금보험을 포괄하는 연금지급 용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손보사 연금판매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토론자로 나선 법무법인 소명의 전재중 변호사와 노일석 성신여대 교수는 "생존 보험으로서의 연금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금보험이 판매되는 현실을 법이 외면할 수 없다"면서 "상법 보험편에서 연금보험에 관한 규정을 생명보험의 절에 둘 것이 아니라 인보험 통칙으로 규정하거나 별도의 연금보험 절을 인보험 장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張勝鎬 기자>js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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