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이동걸 원장 강조

증권·보험은 규제 없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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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금산분리가 철저히 깨지고 있는 나라"

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오찬회에서 금산분리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금산분리가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이 원장은 "세계 대부분의 금융기관 중 특정 산업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곳은 겨우 3~4개 업체에 불과한데 반해 한국은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 대부분이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는 최근 금산분리의 완화를 통해 산업의 유휴자본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또 산업자본을 향해 "굳이 은행의 규제만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이미 규제가 없는 증권·보험을 제대로 키워서 실력을 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한국 금융권에 글로벌 기업이 없는 이유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된 틀을 잡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이기 때문에 앞으로 4~5년 안에 글로벌화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10~20년 후를 바라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B를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는 "골드만 삭스가 아닌 실버만 삭스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이어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먼저 국내 자본시장의 잠재적 수요자에게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성급한 글로벌화 보다는 국내시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이 외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관련해 "불이 난 극장에서 무질서하게 행동하면 타 죽는 사람보다 깔려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비유하며 "금융당국이 질서있는 행동을 유도해 부실의 확산을 막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또 "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업계 목소리만 반영했다"며 "법 제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양심의 보루로서 이에 제동을 걸고 은행들의 의견을 대변해주길 바랐지만 제 밥그릇만 챙겼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유명했던 이 원장의 이같은 소신발언은 앞으로 금융연구원의 행보를 암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금융권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李周石 기자>moozee@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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