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대안상품 주목

 

국외펀드시장 26배 성장
국내시장 도입단계 미흡

최근 해외 증권시장 추세를 보면 연령에 따라 적절한 자산배분전략을 구사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펀드는 위험을 감당할 여유가 많은 청년기에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고, 노년기로 갈수록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투자 방식이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은퇴 후 노후대비를 위한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도 고령화 진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노후에 대한 금융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부실화, 불안한 금융상황, 저금리 시대 등 저축의 개념이 무의미해지는 현실속에서 라이프사이클펀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는 최근 결혼, 자녀교육, 주택마련 등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대비한 금융상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향후 퇴직연금 등 시장규모가 확대되면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美 불확실성 증가…판매 증가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불과 10년 전인 1996년에 등장했다.

그러나 2003년에 이미 미국 근로자 10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뱅가드의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퇴직연금 상품으로 선택했다.

피델리티 프리덤(Freedom) 펀드 잔고는 상품출시 이후 248%나 증가해 2006년 1월말 459억 달러(약 44조원)로 늘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 1996년 60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불과하던 라이프사이클펀드 설정규모가 지난해 1670억 달러(약 158조6500억원)로 무려 26배 이상 증가했다.

ICI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투자자들과 퇴직연금 지원 기업들 사이에 라이프사이클펀드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부분이 퇴직연금 계좌와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저축에서 투자로 노령화 준비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후대비를 위한 금융상품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7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481만명(9.9%)을 차지, 인구 10명 중 1명이 노인인구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향후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노령화 증가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이미 각광을 받은 라이프사이클펀드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라이프사이클 펀드 규모는 약 7636억원(2006년 말 기준), 전체펀드의 0.33%로 아직은 도입단계로 보여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이프사이클펀드는 위험회피가 핵심인 만큼 증시 상승기조에서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히 증시가 활황을 보였던 최근까지 국내 펀드 판매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노후대비와 위험회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수익보다 장기투자로 자산증식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특정 시점을 만기로 설정해 운용하는 생애 재무 설계 펀드이다.

자녀교육, 퇴직 후 노후자금 등 자금이 필요한 특정 시점을 만기로 설정해 젊어서는 주식 비중(공격형)을 높게 투자하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주식보다는 채권(안정형) 등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펀드의 특징은 따라서 투자자의 자금 특성에 따라 만기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자산배분 또한 투자목표 기간 따라 자동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또한 만기가 다가올수록 안정적인 자산에 운용될 뿐만 아니라 펀드 수수료도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금은 한 번에 목돈을 넣을 수도 있지만 소액으로 매월 혹은 수시로 투자할 수도 있다.

단 라이프사이클펀드는 단기적인 이익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생에 맞추어 적립식으로 장기간 꾸준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소액이라도 정기적, 규칙적으로 투자해 노후설계에 대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도록 전문가와 상의하고 선택한 것이 중요하다"며 "주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장기투자해야만 이 펀드의 장점을 십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