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원은행의 이탈 조짐에 고심하던 BC카드가 최근 은행별 개별시스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은행들의 반응은 이미 지난해 5월 확정한 사항에 대해 굳이 발표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언론에 발표한 자료 또한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회원은행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결속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차라리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BC카드의 체제 개편 자료는 언론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즉 수년전부터 회원은행 사이에서 논의됐던 독립 움직임이 올들어 가시화되자 이의 확산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자료를 배포했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빛은행이 종전의 공동상품에서 벗어나 독자시스템 구축 및 독자상품을 내놓은데 이어 조흥은행도 독자시스템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회원은행의 이탈로 이해되는 것에 당황한 BC카드가 궁여지책으로 기 확정된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원은행이 알고 있는 내용이외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BC카드는 또 이호군 사장의 말을 인용, “회원은행이 구축하고 있는 개별시스템이란 개별마케팅을 추진하는 것 뿐”이라며 “이탈이나 독자카드사 설립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예 사장이 직접 나서서 독립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잘못 인식한 데서 나온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모든 은행들이 소매금융의 꽃을 신용카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한 회원 규모를 갖춘 은행의 독립화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BC카드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저하되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한 이유다.
따라서 BC카드는 새로울 것 하나도 없는 내용을 발표하기보다는 회원은행의 욕구 및 결속을 도모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은행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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