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선거로 되려 집안싸움

37개 지부 재단결 기대감 고조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은행권 노동조합 선거가 지난 21일 금융산업노조의 새로운 집행부 출범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은행권 노조는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동안 3인의 공동위원장직 체제로 버텨왔던 국민은행노조는 합병 후 처음으로 출범한 통합노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통합노조 출범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금융산업노조 집행부 선거로 인해 양분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다행히 별다른 잡음없이 금융노조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내부갈등 역시 일단은 잦아들었으나 잠재적으로 언제든 갈등이 재발할 수 있는 불안감을 남겼다.

우리은행 노조는 박상권 위원장이 이끄는 야권이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마호웅 전임 위원장의 내부통제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듯 여권 후보가 난립했지만 결국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꺾진 못했다.

그러나 금융노조 산하 37개 지부의 공론을 무시한 채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마 후보를 지지하면서 우리은행 노조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비록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지만 내외부의 신뢰가 추락한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한편 부정선거 시비로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지부도 있다.

한미은행 노조는 새로운 집행부 선거 중 양 후보간 네거티브가 격심해지다 못해 부정선거 논란으로까지 번져 현재 재선거를 진행중이다.

후보 구성은 물론 선거운동 역시 다시 하는 상황이라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는 꼴이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한미은행지부는 시중은행중 유일하게 노조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때문에 이번 재선거로 인해 노조통합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에 마무리된 금융산업노조의 새집행부 선거는 대의명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은행권 노조의 후보단일화 요구에 부응한 기호1번 양병민 후보가 신임 위원장직에 당선됐다.

우리은행지부, 농협지부, 제일은행지부와 국민은행지부의 일부 세력 등 비교적 굵직한 세력을 등에 업고도 마호웅 후보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만큼 지난 2005년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선거의 파행이 은행권 노조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집행부는 오는 2월말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 인수위가 구성돼 현집행부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은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으로 그동안 쇠약해진 금융노조의 단결력이 고취되길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새집행부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지난해 가장 핵심적인 투쟁사항이랄 수 있었던 은행권의 근무시간 정상화 논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TFT(테스크포스팀)구성에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출범 여부는 미지수다.

또한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협약임금인상률은 4.9%로 서비스업(5.4%), 건설업(5.2%), 부동산 및 임대업(5.0%), 사업서비스업(4.9%) 등과 비교했을 때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금융산업노조가 은행 직원의 업무환경 개선 및 복리후생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양병민 위원장 당선자는 "금융노동자들은 과도한 실적할당, 상시적 구조조정, 만성적 시간외 근로 등과 같은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며 "금융노동자를 위해 희망을 불씨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과연 양병민 신임노조위원장 당선자가 공약대로 금산분리 유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지방은행 생존강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양성평등 실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물론 보다 근본적으로 양분된 은행권의 조화를 유도할 수 있을 지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李周石 기자>moozee@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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