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형 박해춘 전 은행장 낙마하고 덕장형 윤용로 행장은 재신임 통과”

강한CEO 조직에서 외면
감성경영 생존 필수조건

강(剛)한 것보다는 유(柔)한 것이 좋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입증됐다.

금융권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과 유연한 CEO의 전형으로 꼽히는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얘기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용장형으로 표현되는 박 전 행장은 금융공기업 수장을 대상으로 한 재신임에서 고배를 마신 반면 덕장형의 윤 행장은 바늘구멍 같은 관문을 통과했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경우 재신임이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반대로 시장 출신의 박 전 행장은 MB의 방미 수행사절단에 포함된 점 등이 부각되면서 무난히 재신임 될 것으로 믿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은 연 결과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

재신임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던 윤 행장과 100% 재신임 될 것으로 믿었던 박 전 행장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평소 매사 유연하게 대처해 온 윤 행장의 스타일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강하기만 했던 박 전 행장은 주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는 평이다.

실제로 박 전 행장은 재신임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부행장 등 임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어느 누구도 은행장을 위해 뛰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힐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내부 장악에 실패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우리은행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도처에서 박 전 행장에게 덕장형의 리더십을 주문했다고 한다.

박 전 행장과 자주 대화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은 현재의 CEO가 갖춰야할 덕목으로 감성경영을 꼽으면서 유연해져야 한다고 수차례 당부했었다.

하지만 박 전 행장은 이같은 주문에 대해 일축하면서 오히려 부행장들을 다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박 전 행장의 스타일 때문에 부행장 등 임원들을 포함한 직원들이 그의 주변에서 멀어져 갔다.

특히 박 전 행장에게 혼쭉이 난 몇몇 직원들은 내부 소식을 그대로 외부에 전달하는 등 ‘반(反) 박해춘’의 전면에 서기도 했다.

강력한 CEO의 전형으로 평가 받으며 증권, 보험에 이어 은행까지 이어져 온 박 전 행장의 화려한 이력은 우리은행장 재임 1년 남짓한 시점에서 중도하차는 결과로 끊나고 말았다.
 
강하면 결국 부러진다는 속설을 박 전 행장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趙誠俊 기자>sung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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