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경영에서 리스크관리로 전환

안정형 고금리상품으로 고객유도

자본확충 계획, 자통법 이후 미뤄

외형확대에 주력하던 증권사 경영전략이 주식시장 하락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지점증설, 전략상품 판매강화 등 공격경영을 지향했으나 최근 수익성 악화라는 고비를 만났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일단 시장환경을 주시하며 공격경영체제를 유보하고 위기관리체제로 전환, 몸을 사리고 있다.

특히 경영진은 이번 고비를 견디지 못하면 자통법 이후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지점증설 유보…취득권유인 활로 모색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점 수를 늘려오던 동양종합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의 추진력이 주춤하고 있다.

두 증권사는 지난해 CMA와 펀드 열풍에 힘입어 대규모 지점 증설에 나섰다.

동양종금은 지난 1년동안 39개 지점을 신설했으며 올해도 36개 지점을 추가 오픈해 168개 국내 지점망을 구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10인 이하 소규모 점포전략으로 15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위탁매매 영업방식에서 벗어난 자산관리 영업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투자자 발길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뚝 끊겼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대표펀드인 인사이트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기반 확보도 중요하지만 주식시장 하락으로 무분별한 지점증설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지점운영과 관련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양종금 관계자도 “자통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금융권내 경쟁을 고려해 고객접점 확대가 필요하지만 이는 CMA 수요 및 고객추이, 시장상황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기 영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지점보다 보험설계사 등 취득권유인 제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증권사 움직임도 있다.

대신증권은 오는 8월 31일까지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취득권유인 1000여명을 모집 중이며 미래에셋증권도 연내 3000여명 이상의 취득권유인을 확보해 새로운 전략 채널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증권사 또다시 금리경쟁

코스피지수가 1500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자 주요 증권사는 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CMA) 유치경쟁에 나섰다.

주식시장 불안으로 시중 대기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초 금리상승을 반영해 연 5.3% 수익률 수준인 머니마켓펀드(MMF) 투자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출시했다.

현대증권도 21일부터 RP형 CMA 수익률을 기존 5.0~5.1%에서 최고 5.20%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오는 31일까지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옥토(octo) CMA 여름 이벤트’를 실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이 모두 가능한 ‘옥토 우리V카드’ 결제서비스를 추가했다.

이같이 증권사가 CMA를 주력상품으로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CMA 예탁금은 지난 7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 동안 715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MA 영업을 하고 있는 20개 증권사의 CMA 총 잔고는 지난달 말까지 31조478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27조1780억원에 비해 15.8% 늘어났으며 CMA 계좌수는 487만6591개에서 625만2019개로 28.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CMA에 주력하는 증권사 속내에 대해 “현재 증시에서 투자자에게 제시할 만한 상품이 없다”며 “단기자금 유치 경쟁보다 적립식 펀드 등 주식시장을 지탱해줄 장기투자 자금을 유치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자본확충 계획, 내년으로 연기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 계획을 구상했던 증권사는 내년으로 그 일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 5월 주주총회 때 자본확충을 위한 정관 개정을 한 바 있다.

동부증권은 주총에서 종전 1000억원이던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3000억원으로 늘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도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를 각각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같은 정관변경은 자본확보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당 실무자들은 올해 주식시장 하락으로 인해 자본확충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IB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취약한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무리한 증자나 채권발행은 오히려 리스크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증권사 분위기에 대해 “올해 주식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증권사 수익은 점점 감소할 것”이라며 “얼마나 리스크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내년 자통법 시행 후 성장하는 증권사와 도태되는 증권사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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