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보험업 강화 보류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의 M&A전략이 외환은행 인수로 가닥 잡힌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유진투자증권, 금호생명 등 비은행권 매물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던 KB금융지주는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4조원을 소진, 현금 동원력이 거의 바닥나 전략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증권, 보험사 인수 등 문어발식 M&A보다 외환은행 재인수 작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는 비은행권 강화를 위해 금호생명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작 예비입찰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대해서도 계열사인 KB투자증권 강화를 위해 지난 9월말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한 여러 M&A 대상을 검토중’이라고 공시했지만 현재는 관심 밖인 상황이다.
 이같은 태도 돌변에 대해 전문가들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 선언으로 뜻하지 않은 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영기 회장은 출범식에서 “그룹경쟁력은 역시 은행에서 나온다”며 “기업금융과 외환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는 외환은행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소매금융 비중이 높아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이 취약했던 기업금융 부문과 해외 영업력 부문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다.
 또한 2년전 외환은행 본계약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헐값매각 관련 검찰수사로 계약이 파기된 사례가 있어 더욱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 동원력이다.
 KB금융지주는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와의 주식맞교환을 통해 현금 동원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
자회사를 통한 조달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당장 4~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황영기 회장은 인수자금 마련에 대해 자사주 4조원을 외국인투자자에게 매각해 인수자금을 확보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현 시세대로 쳐줄지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급락으로 KB금융지주의 자사주 처분 일정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해외 자본들도 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여 전략적 투자가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황영기 회장이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은행 자산경쟁에만 전략이 맞춰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은행과 비은행권 수익구조가 다양화돼 안정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며 “은행업 강화만으로는 금융지주회사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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