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연구원
김경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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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이 또 다시 입법예고 됐다.
 
2005년 4월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한 지 3년 반, 2006년 10월 입법예고안이 공표된 지 2년여만의 일이다. 보험업법 개정작업이 그 긴 기간만큼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2003년 보험업법 전면개정 이후 범세계적인 무역·투자의 자유화, 금융기관의 겸업화 등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학계가 참여, 2005년부터 1년여에 걸친 논의결과 2006년 10월에 보험업법 개정시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생·손보 겸영, 보험설계사 일사전속제도, 보험상품 인가절차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의 국회 통과, 상법 보험편 개정작업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동 입법예고안을 보완한 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이어 2007년에는 학계·연구계 등 관련 전문가 자문팀이 구성돼 추가적인 개정수요를 반영하고 은행-보험-자통 3법이 통일적·체계적인 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동 12월 개정안이 마련됐으나 정권교체로 인한 금융정책의 궤도 수정, 관련 부처 간의 의견조율 등으로 인해 11개월만에 비로소 입법예고를 하게 됐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로는 보험상품 심사제도의 개선, 판매채널 경쟁력 강화, 보험회사 겸영 및 부수업무의 확대, 그리고 소비자 보호 장치의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상품신고제도의 완화는 상품개발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 보험회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보험상품이 복잡·다양해지고 불완전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할 때 단순한 사후감독의 강화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고객구분 신설, 설명의무 및 정보제공의무 강화, 허위·과장광고 규제 등 일련의 소비자 보호 장치의 강화는 이러한 측면에서도 적절한 입법적 고려라고 하겠다.

다음으로 개정안은 보험회사에 투자자문·일임업과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하고 부수업무와 파생상품 자산운용규제를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보험회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법인대리점 제도 정비 및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신설 등을 통해 판매채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안은 보험회사에 보다 많은 영업자율성을 부여하고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보험회사가 대형화·종합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주춧돌의 역할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유사보험의 감독일원화 문제이다.
 
우체국보험이나 일반인 대상의 공제사업은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가입자 보호의 미흡과 민영보험사와의 불공정경쟁 문제 등이 종종 지적되고 있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업 사이에 그 적용법규를 달리해 규제사각이나 규제차익을 야기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사보험에 대한 보험업법 적용이 여러 차례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금번 보험업법 개정에서는 유사보험 감독체계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역시 순탄대로에 있지만은 않은 듯하다. 보험사기조사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진료여부 사실확인 요청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부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보건복지가족부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보험회사의 지급결제기능 부여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을 비롯한 은행업계에서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금번 개정안에 대해서 보험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보험회사들은 보험상품에 대한 적합성 원칙의 적용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성 있는 변액보험상품, 즉 금융투자업과 기능적 공통성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통법의 강화된 영업행위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를 일반 보험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보험의 특성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그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후 개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내용상 다소라도 보완할 부분이 존재한다면 이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영역갈등이나 기관 간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모적인 시행착오만을 거듭하게 할 뿐이므로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이 ‘보험업법 개정’호가 출항했다. 이번 항해에서는 좌초하지 않고 아무쪼록 목적항까지 무사히 도착해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 크게는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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