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한 자유경쟁 환경에 직면한 보험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3년 전부터 추진됐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마침내 확정, 이달 초 입법예고 됐다.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보험사의 겸영 및 지급결제 허용 등 부수업무 확대 △상품 개발절차 완화 등 개선 △판매 전문회사 도입 등 판매채널 경쟁력 제고 △ 소비자 보호 장치 강화 등이다.

동 개정안은 향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의(12월 중순), 법제처 심의 등을 거쳐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 의결 과정을 통해 국회에 제출돼 법안이 심의될 예정이다. 규개위의 심의 등 시간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국회 제출까지는 내년 2월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주요 이슈와 각각의 내용이 향후 보험업에 미칠 영향 등을 정리해본다.<편집자 주>

 

◆상품개발 트렌드 대폭 변화

앞으로 보험사들이 상품을 개발함에 있어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다. 즉 기존 ‘신고상품-제출상품’ 체계에서 소비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율상품 제도’가 도입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신고상품 구분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신고상품 이외의 상품을 모두 자율상품화 하는 네거티브(Negative)방식으로 전환, 운영키로 했다.

다만 상품개발 자율화가 확대된 만큼 사후감독은 강화된다. 매분기별로 부실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감독당국이 선정, 심사하는 집중심사제도 도입, 실질적인 상품검증을 위한 보험사 내부의 ‘보험 상품 검증시스템’ 구축, 운영을 통한 부실상품 개발 남발의 사전 예방 등이 그것이다.

또 부실보험 상품 차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실상품의 연간 수입보험료 일부(25% 까지)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제재방안을 도입했다.

이처럼 보험 상품의 심사절차가 개선됨에 따라 보험업계는 상품개발에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는 “상품개발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한 회사들은 새로운 신상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보험 상품 개발의 트렌드 변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시스템 참여로 원스톱 서비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사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지급결제 참여’가 포함됐다. 지급결제라는 업무영역 확대로 보험사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한층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에 허용할 지급결제 대상 자산을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 결정할 방침이며 시행 시기는 은행 등 금융시장의 안정 및 금융투자회사의 시행경과를 지켜본 다음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사는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를 통해 종합금융서비스 체제의 구축을 가속화 할 수 있으며 기존 보험고객의 금융거래비용 절감효과 등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급결제업무 허용 시 예상되는 구체적 효과를 살펴보면 보험료 납입 및 보험금 지급이 보험사의 고객계좌를 중심으로 이뤄져 보험사와 고객과의 지속적 유대를 유지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1회성 마케팅에서 탈피해 다양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사업비에 포함됨으로써 고객의 금융 부담으로 전가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은행관련 수수료 절감을 통한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양 보험협회는 “현재 금융소비자들은 예·적금뿐만 아니라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고수익 상품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사의 지급결제 시스템은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전반적인 금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전문회사제도 득보다 실

금융당국은 보험판매채널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보험판매 전문회사’를 도입키로 했다.

보험 산업의 제판(製販)분리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비전속 채널을 활성화해 보험사의 전속채널 유지에 따른 과잉투자 방지와 아울러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원스톱(one-stop)으로 비교,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취지다.

향후 예상되는 보험판매 전문회사는 △보험계약 모집 △보험사고 접수 및 사고발생 사실 확인 △소액 보험금 지급대행 △보험계약자를 위한 보험료 협상 등의 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판매 전문회사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며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와 같은 대형 채널이 도입될 경우 방카슈랑스 도입 시 은행보험대리점의 폐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보험시장질서 문란이 오히려 가중되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보험 상품의 수요·공급체계가 교란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측면에서 보면 매출확대가 목표인 판매전문회사는 보험소비자에게 보험사의 여러 상품 가운데 보장과 가격에서 충실한 상품을 추천하기보다 자신들에게 유입되는 판매수수료 비중이 큰 상품 중심으로 권유할 것이므로 소비자의 선택권은 오히려 위축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측면에서도 판매전문회사가 보험료 협상권한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 보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해가 우려된다.

다른 판매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과는 별도의 저가 상품을 요구해 타 채널의 경쟁력을 무력화하고 채널점유율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덤핑 상품이나 수수료 비중이 큰 상품만을 생산하도록 압력 △전산, 설비 등 물적 시설 지원, 조직운영 및 교육지원 등 비(非)가격적 지원 요구 △판매수수료 외에 신용공여(주식 매입 포함), 자금지원 등 요구 △판매수수료 외에 추가수수료, 모집한 보험계약에서 발생한 이익 배분 요구 등도 예상된다.

이로 인해 도입취지와 달리 오히려 보험사의 채널관리 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보험사기에 적극적 대처

보험사기에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 막대한 보험금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단체에 진료여부 등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됐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2.2조원(가구당 14만원) 등 심각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관련기관과 정보공유 등을 통한 공조가 어려워 효율적 보험사기 적발 및 대처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당국에 대책마련을 종용해 왔다.

건보공단 등 해당기관이 이번 개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로 인해 누수 되는 보험금을 줄여 선의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을 차단하는 동시에 보험사기로 인한 건보공단의 재정지출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소비자 피해 감소 기대

보험사에게 제도완화를 통해 자율성을 크게 부여함과 동시에 소비자 보호 의무도 강화했다. 먼저 보험소비자에게 부적합한 상품 권유를 방지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적합성의 원칙(Know-Your-Customer-Rule)을 도입했다. 이는 설계사 등 영업조직이 보험계약 시 소비자의 소득, 보험계약의 목적, 과거 보험계약 경험 등을 파악해 서면으로 확인받도록 하는 것으로 투자성격을 지난 변액보험과 보험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투자자에 대해 적용된다.

또 보험소비자를 크게 전문소비자와 일반소비자로 구분해 보호수준을 차등화 했다.

즉 상품설명의무 및 적합성 원칙을 보험거래가 많은 금융기관, 상장기업 등 전문소비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전문소비자가 아닌 일반소비자의 경우에는 적용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상품설명 및 정보제공 의무 강화를 위해 보험업법에 보험판매 권유 시 상품내용 및 보험금 지급사유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할 의무를 신설했으며 상품의 핵심사항에 대한 설명 시 보험계약자가 설명내용을 이해했음을 서명으로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보험 상품 광고와 관련해 상품의 특성상 필수 포함사항 및 금지사항 등 광고기준을 법제화해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한다는 방침이며 고의적인 보험금 지급 지연 및 불지급 등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명령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이같은 다양한 보험소비자 보호 장치는 현재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별 민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민원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법적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자보호제도 강화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외면 받는 보험사는 성장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가 보험경영에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기업 내 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내규의 제·개정 등 제도개선 활동과 더불어 실질적인 소비자보호가 가능토록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방법의 소비자 보호강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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