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A은행의 B행장은 최근 적지 않게 놀랐다.

현재 집행부행장과 단장을 맡고 있는 임원들은 물론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후보들 모두가 현 정권의 실세들을 뒤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쎈 빽’들을 꿰차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 B행장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쎈 빽’들은 B행장에게 연일 전화를 걸어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인사청탁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사청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적인 특성에다가 힘 있는 사람의 청탁이 먹히는 현실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은행에서는 인사 시즌만 되면 업무는 뒷전인 채 정권 실세에게 줄을 대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진풍경이 목격된다고 한다.

올해 초 A은행을 맡은 B행장은 취임 당시 임원인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면서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방침을 줄곧 피력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B 행장의 의지는 정권의 실세들의 인사청탁으로 상당 부분 후퇴할 전망이다,

이미 대폭적이었던 집행임원의 물갈이는 중폭으로 변경되고 있으며 리더십과 능력, 영업실적을 중요시 하겠다던 선임 자격 요건도 빽이 센 순서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 결과 A 은행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C 본부장은 국정원에서 밀고 있다 △D 본부장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E 본부장은 MB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가 밀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업무는 등한시 한 채 인사청탁에 목을 맨 이들이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조직에 헌신하면서 인사권자에게 충성을 다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은 본인을 임원으로 만들어 준 후원자에게는 진정으로 고마움을 갖는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은행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도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데 조직에 충성하기 보다는 후원자에게 충성하는 임원을 곁에 두는 B행장의 마음은 대단히 씁쓸한 정도가 아니라 참담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A은행의 현실이다.

<趙誠俊 기자>sung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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