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실리 택한 우리銀

경쟁銀, 수익보다 체면 선택
 
연간 높은 임대료와 인천공항공사와 맺은 무리한 조건으로 인해 결국 시중은행 한 곳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한다.<본지 2008년 12월 8일자 3면, 공항입점 市銀 수익성 ‘악화’ 참조>

공항내 은행 환전소가 철수하는 사례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익성이 악화된 지점을 대상으로 통폐합 작업에 돌입한 우리은행은 영업실적 부진에 빠진 인천공항 지점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이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여행객 수가 감소하면서 환전하는 고객이 줄어든 영향도 있으나 턱없이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익대비 비용 역전 현상이 주효했다.

우리은행은 인천공항공사와 보증료 800억원, 연간 임대료 80억원을 지불하며 영업소 1곳과 6곳의 환전소를 운영해왔다.

입점 당시 맺었던 계약 조건도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점 은행에게 8000억원 대출, 금리는 대출 시점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로 고정금리 적용, 인천국제공항 주변의 미개발 지역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식으로 지원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무릅쓰고 우리은행은 오는 2012년 6월까지 만 5년간 영업 계약을 했지만 영업개시 1년 6개월만에  결국 철수 방침을 세운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비용절감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점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악화된 인천공항 지점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대외적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점 철수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넷뱅킹 환전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반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국민, 신한, 외환은행은 실리보다 체면을 선택했다.

인천공항내 지점은 고객의 환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은행’이라는 상징적 이미지 제고에도 일조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여행객 감소로 환전수수료 수입이 저조하지만 내·외국인에게 환전업무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광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입찰을 통해 인천공항에 첫 발을 내디딘 국민은행 관계자도 “입점 초기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실경영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이들 은행은 주객이 전도된 인상을 준다.

신한은행은 올해 100개 점포를, 국민은행은 60개 점포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대부분 전문가가 국내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장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인천공항지점 수익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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