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자 대상 집중관리

노조측 “협의 없었다” 부인
 
 
증권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비절감이 절실한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자를 대상으로 우회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부진자 집중관리프로그램 실행 및 별도 영업부 마련 등 인력감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해당 지부 노동조합은 회사측에 불공정한 구조조정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리테일 RM 그룹 신설에 이어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사전 협의도 없이 부진자 대상의 점프업 교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리테일직원에 대한 퇴출시스템이라고 반발, 철회 요구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 구희득 위원장은 “실적 부진자를 대상으로 한 점프업 교육은 리테일 RM 그룹으로 보내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며 “이는 현재 리테일 RM 그룹에 속해 있는 직원 중 9명이 재작년 점프업교육을 받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위원장은 리테일 RM 그룹 및 점프업교육은 부진자를 위한 방안이라고 회사는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점프업교육은 16일부터 3월 13일까지 4주간 시행하며 이어 근무지로 복귀, 4주간 도제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교육을 받는 동안은 고객 관리를 할 수 없다.
 
구 위원장은 “교육을 받는 동안 직원과 고객의 접점을 사라짐에 따라서 복귀 시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리테일 RM 그룹으로 이동, 이곳에서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리해고의 수순을 밝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점프업교육 대상자는 WM영업직원 800명 가운데 18명으로 차장 6명, 과장 5명, 대리 6명, 사원 1명이다.
 
한양증권도 지난 4일 노조협의 없이 영업부진자를 대상으로 집중관리프로그램을 발표해 직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집중관리대상자 관리위원회에서 선정한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1~3단계를 통해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대상자는 본인의 급여수준보다 실적이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1단계는 지점장 중심관리로 워크샵, 지점장 면담, 교육이수, 평가를 실시하며 본인 급여의 130% 이상을 달성해야만 1단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직원은 2단계로 이동, 별도의 특수영업부에 배치를 받아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 대기발령이다. 문제는 인사규정 제25조(직위해제 및 대기발령)2항에 의해 ‘대기발령을 받은 자가 3개월이 경과해도 직위 또는 직무를 부여 받지 못할 경우에는 3개월이 경과한 날에 당연 퇴직한다’는 규정이 있어 부진자 대상의 정리해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한양증권 노동조합은 이번 프로그램은 영업부진을 이유로 대기발령->당연퇴직 순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변경이 예상되고 이는 근로자의 복무규율 등 근로내용에 관한 준칙을 내포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94조 취업규칙으로서의 효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관계자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에 이번 프로그램은 효력이 없으며 위법에 해당하는 집중관리프로그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실적 부진자로 교육을 받고 있는 직원은 총 7명이며 현재 1단계 프로그램에 속해있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시황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영업직원의 경우 능력과 별개로 시황에 따라 실적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회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직원에게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 전에 회사와 직원을 위해 경영진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반문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尹惠鎭 기자〉yhj@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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