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채용 우려 목소리

구체적 실증체계 마련 절실
 
 
증권사 해외인력 영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해외인력 영입은 글로벌 도약을 위한 독창적인 한국판 IB 마련이 아닌 단순히 폐망한 미국판 IB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몰락한 해외 IB의 인력 영입을 통해 글로벌 증권사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판이며 과거 유수 IB에서 근무했다는 배경보다는 철저한 검증을 통한 영입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최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해외인력 영입이 활발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해외 IB들이 휘청이는 틈을 타 이들 기관의 인재들을 잇따라 스카우트한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은 한국거래소 발행 잡지를 통해 월가의 인센티브 계약 만료된 인력에 대한 채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수 IB 인력 영입을 통한 글로벌 증권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고액 해외 인력 영입은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망상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 경영진은 월가의 인력들이 대단한 노하우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며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미국 IB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채 몰락했으며 이에 앞장섰던 인력들을 영입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그는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해외 증권사들의 현황만 보더라도 그들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몰락한 IB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유수 IB에 근무한 배경만으로 무조건적인 해외 인력 영입보다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몰락한 IB에서 쏟아져 나온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현재 성공한 기업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패한 IB 인력을 통해서는 결국 실패한 노하우를 배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잘못된 해외 인력 영입은 기존 직원뿐만 아니라 주주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해외 인력과 기존 인력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영입된 인력이 성과를 내도록 보조해준 기존 직원들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증권사를 목표로 하지만 정작 필요한 회사 내부 인력 양성은 방관한 채 해외인력 영입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국내 증권사의 행태는 짧은 기간 내 적은 금액으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안일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尹惠鎭 기자>yhj@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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