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감 동시에 매도 물량 쏟아져

감독당국 시세조정여부 전격조사
 
 
한화증권이 국내에서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한화증권이 지난해 4월 판매한 ‘스마트 ELS 10호’의 만기 결정일에 기초자산 주가의 급락으로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 종가관여 또는 시세조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상태다.
 
문제가 된 ‘스마트 ELS 10호’는 포스코와 SK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만기일에 두 자산의 주가가 최초 기준주가의 75% 이상이면 연 22% 수익률이 지급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지난달 22일 SK 주가가 장중 기준가의 76~77%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마감 동시호가에 13만주의 대량 매물이 쏟아지며 기준가의 74.6%인 11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로 인해 22%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해당 ELS 투자자들은 불과 600원 차이로 25.4%의 손실을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동시호가 때 쏟아진 SK 매도물량 중 절반 이상이 이 상품의 원 발행자이자 헤지를 담당했던 캐나다은행에서 들어온 주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의적인 주가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 한화증권은 감독당국의 조사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화증권은 한국거래소 및 감독당국의 조사결과를 기다라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그 결과에 따라 회사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당국의 조사결과가 불공정거래 혐의를 확인하게 된다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법적 조치 또는 고객들의 법적 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해당 고객을 보호하고 향후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이번 문제로 인해 회사의 신뢰도 등에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고객과 같은 입장에서 이번 사안에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LS 수익률 조작 의혹 사례는 이번 사건 외에도 2~3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ELS 운용 방식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LS 만기 직후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만기일에 보유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해야 하는 구조가 화근이 됐다”며 “한화증권 ELS 사례는 너무 극단적이지만 만기일에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종가에 영향을 줘 때에 따라서는 수익률에 영양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전문가는 외국계 금융회사와 국내 금융회사의 운용방식에 차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실무담당자는 “국내 증권사는 자칫 종가에 영향을 미쳐 수익률이 달라지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손실 위험을 안고 장중에 물량을 매도하지만 외국계 금융회사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헤지프로그램에 따라 ELS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와 감독당국도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 향후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부서 회의를 소집해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현황 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ELS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고금리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ELS 판매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尹惠鎭 기자>yhj@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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