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떨어지는 시나리오 논란

객관적 기준 통한 평가공개해야
 
 
국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악의 경제 상황을 가정 하에 손실 규모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평가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 4월말 14개 시중은행에게 △올해 경제성장률 -4.2% △원·달러 환율 1570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1.5% △실업률 5% △주택가격 상승률 -17.5% 등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대손충당금 적립규모, BIS 비율, 고정이하 여신 연체율 등 예상수치를 보고 받았다.
 
이에따라 A은행은 최대 2조8000억원, B은행은 1~2조원, C은행은 1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감원은 각 시중은행이 1~2조원 자본확충을 통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은행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은행 리스크관리 실무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고 하지만 현재 경제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예상 평가결과가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가정한 올해 성장률은 -4.2%로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전망한 성장률(-4%)보다 낮다.
 
코스피지수는 현 수준보다 500포인트나 낮고 환율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1200원대보다 높은 1570원으로 책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원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만 비현실적인 수치를 전제조건으로 삼으면 테스트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상황을 감안한 기준을 바탕으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금융감독원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뿐 현재 은행이 위험하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은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은행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파악한 것”이라며 “단순 모니터링 차원에서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전까지 금감원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 자체 평가에 대한 단순 보고방식이였으며 지금과 같이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평가기준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결과 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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