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문 확산…사실상 백지화

外銀 불참 선언, 출연 규모 이견차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시중은행 주도로 설립하기로 한 민간 배드뱅크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동안 은행권은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 출자 재원 및 출자 규모를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간 이견이 커지면서 난항을 거듭해 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로 설립 시기를 연기한 민간 배드뱅크 출범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형은행 이외에 참여를 원하는 은행이 없고 출연금 배분 문제에 대한 조율이 해결되지 않은 게 결정적인 이유다.
 
은행권에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을 제외하고는 민간배드뱅크 설립에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특히 외국계은행인 SC제일, 한국씨티은행은 논의 전부터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혀 삐걱거렸다.
 
참여 여부를 검토했던 외환은행도 최근 내부적으로 실익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방은행 역시 참여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참여를 결정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자 재원으로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하려고 했으나 금융당국에서 이를 제지하면서 시중은행이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며 “출연금 배분 문제 역시 은행간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참여은행의 수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간배드뱅크 설립에 대해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민간배드뱅크를 만들어 캠코보다 비싸게 부실 채권을 매입하고 사후 회수율이 나쁘면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배드뱅크 설립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시중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점차 개선된 영향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지난 1~2월 높아진 연체율이 소폭 낮아지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동안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을 통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저축은행에서 부실채권 매입 경쟁이 일어나면서 채권가격이 상승한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하나은행의 부실채권 입찰에서는 경기저축은행이 2070억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980억원, 지난 5월 진행된 외환은행 부실채권 입찰에서도 진흥저축은행이 1170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 잠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배드뱅크 논의가 또다시 화두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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