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한 前노조위원장 감싸고

계약만료 비정규직원 내몰고
 
 
비리척결을 위해 개혁을 추진중인 농협중앙회가 겉과 속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조 조합비를 횡령한 전 노조위원장에게는 대기발령 인사 조치로 관대한 반면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원은 재계약 불가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식구 챙기기’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리고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농협중앙회 전 노조위원장 김종현씨와 전 수석부위원장 정인식씨를 노조 조합비 횡령 등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 노조 총무실장 김용환씨도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 3명은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금강산 연수 과정에서 여행업체 등에 지급하는 비용을 부풀려 회사에 청구하는 수법으로 1억2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4월 긴급 체포됐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이들의 비리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다.
 
농협 인사규정에 따르면 횡령, 배임 절도, 업무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나 부정한 행위를 할 경우 징계토록 명시돼 있고 중대한 부정, 불상사고가 발생해 사건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해 행위자 또는 관련자에 대해 직권 정지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김종현씨와 정인식씨에 대해 대기발령 등의 인사 조치를 내렸지만 급여는 기본급의 90% 수준에서 지급하고 있어 실질적인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는 직원 면직사유에 해당하지만 이번 결과는 1심 판결이고 향후 항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판결을 기다려봐야 된다”고 밝혔다.
 
이같이 농협중앙회는 정직원 신분인 노조집행부에게는 관대한 반면 비정규직원에게는 박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2년 유예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농협중앙회는 전국 단위 농협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원에 대해 재계약불가 방침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하달했다.
 
특히 비정규직원이 정규직원과 동종,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이동 배치 또는 분장업무 조정을 통해 관리하라며 향후 발생될 분쟁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번 인사 조치로 인해 농협중앙회에서만 3000여명의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는 아직 최종 고용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은행 안팎의 시선은 곱지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농협은 각종 비리와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거대 조직으로 변모했다”며 “농협의 최근 행태를 보면 환골탈태를 위한 개혁 노력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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