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에도 저조한 성적

전문 인력 유치경쟁도 치열

설상가상(雪上加霜). 난처한 일이나 불행한 일이 잇따라 일어난다는 의미다.

최근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사성어다.

현재 전 퇴직연금사업자는 올해 대규모 퇴직연금 가입이 이뤄질 것을 판단하고 유치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퇴직연금 후발주자인 증권업계 사업자도 역마진을 감수하고 고금리를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출혈경쟁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퇴직연금 현황을 보면 은행권 48.5%, 생명보험사 33.4%, 증권사 11.9%, 손해보험사 6.2%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퇴직연금사업자는 업권 중 가장 많은 17개사다. 작은 파이를 놓고 아옹다옹 싸우는 격이다.

이처럼 나날이 퇴직연금사업자간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인력 유치도 과열되고 있다.

최근 HMC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인력 충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HMC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전담인력 30명을 확보했으며 3개월이 지난 현재 대략 40여명으로 충원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80명 수준의 전담인력을 구성할 계획이여서 당분간 해당 인력 유치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3명의 인력이 HMC투자증권으로 이동한데 이어 3~4명이 추가 이동을 하려고 한다”며 “현재 이들에게 남아있을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 유치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는 인력 유출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계열사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본격 투자에 나선 HMC투자증권도 아직 앞날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최근 계열사간 퇴직연금 위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같은 계열 금융회사와 퇴직연금 계약을 할 때 총 퇴직연금운용규모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HMC투자증권 계열사 임직원을 고려한 퇴직연금 적립금 추정액은 1060억원. 김상희 의원의 개정안이 효력을 갖게 된다면 HMC투자증권은 기대했던 만큼 계열사 덕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MC투자증권이 퇴직연금사업자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계열사 수혜만을 기대하기보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尹惠鎭 기자>yhj@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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