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뱅킹 이론접목, 新기업문화 창조

금융상품보다 은행의 가치를 파는 지점
 
<대한금융신문 = 차진형 기자> "벤치마킹 은행이요? 당연히 움프쿠아 은행이죠”

미국에 진출한 국내은행 대부분은 벤치마킹 은행으로 주저없이 움프쿠아를 꼽았다.

외환은행 뉴욕파이낸셜 정연학 사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등 글로벌 대형은행은 모방할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이 많지 않다”며 “그 이유는 규모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움프쿠아 은행은 쟁쟁한 글로벌 은행과 다른 차별화된 전략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움프쿠아는 2008년 ‘포춘’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13위를 차지했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움프쿠아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고객의 오감을 만족하는 경영전략 때문이다.

현재 움프쿠아의 지점은 151개, 자산은 86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직원 수는 2000년 160여명에서 2008년 1700명까지 늘었다.

움프쿠아가 모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계기는 1994년 취임한 레이 데이비스(Ray Davis) 영향이 컸다.

그는 은행을 금융업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업으로 정의했다.

움프쿠아의 CEO 레이 데이비스(Ray Davis)는 “사람들이 왜 은행에 오고, 은행은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보고, 듣고, 느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선도했다.

그 결과 움프쿠아 은행은 ‘기분 좋은 체험의 극대화’를 통해 창의적인 브랜드로서 지속성장을 시현하고 있다.
 
◆역발상을 통한 혁신

 

▲ 움프쿠아 은행은 고객의 유도하기 위해 카페와 접목, 독특한 은행 지점으로 탈바꿈했다.   © 대한금융신문

1953년,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 위치한 움프쿠아는 인구 약 900명의 주민을 위한 지방은행으로 출발했다.

지역산업은 벌목산업의 쇠퇴로 성장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역발상.

움프쿠아는 ‘슬로우 뱅킹’ 이론을 접목하며 기존 은행 지점의 틀을 파괴했다.

‘슬로우 뱅킹’ 이론이란 지점을 고객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해 구매를 유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백화점, 쇼핑몰 등 소매점과 같이 고객을 한 공간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해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이를 위해 움프쿠아는 과감한 투자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은행 지점으로 변신했다.

또한 은행과 카페를 접목하고 ‘브랜치(branch)’라는 용어가 아닌 ‘스토어(stor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밖에도 지점내 호텔급 안내데스크, 금융정보 이용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모니터 등을 설치해 고객의 눈길을 잡았다.

◆은행 발전은 지역시민과 함께
 
 

▲  은행 공간 한 쪽에 마련된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 에서 움프쿠아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구입할 수 있다. ©대한금융신문

움프쿠아는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지역경제가 성장해야 은행도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 때문이다.

움프쿠아는 먼저 가정과 중소기업의 에너지효율성 증진과 친환경 대체에너지 사업에 지원하는 ‘그린스트릿(GreenStreet Lending)’ 상품을 개발, 선보였다.

또 서부지역 특화상품인 와인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대출팀을 신설하고 양조장과 사업주에게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움프쿠아는 포틀랜드의 음악 마케팅 회사인 럼블피시와 제휴해 그 지역에서 재능은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 음악인들의 노래 214곡이 실린 CD를 제작해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밖에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점에서 영화상영, 요가, 뜨개질 강좌 등 정기적인 이벤트를 개최해 지점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같이 지역사회와 함께한 결과 은행을 잘 찾지 않는 젊은 층과 주부들을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은행의 가치를 팔다

 

▲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점에서 영화상영,  요가, 뜨개질 강좌 등 정기적인 이벤트를 개최해 지점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대한금융신문

움프쿠아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모두가 생각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익만 쫓는 현실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전략일 수 있다.

그들은 1등 기업과 2등 기업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은행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차별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은행을 백화점과 같이 소매업으로 정의하니 고객의 기분을 좋게하고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객을 도와주고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했다.

움프쿠아는 은행업무의 경험만 있는 직원보다 대형 의료업체인 갭(GAP), 스타벅스, 리츠칼튼 호텔의 직원과 같은 서비스업 중심의 직원들을 채용했다.

독특한 지점 분위기, 친절한 은행원 등 모든 것에 만족을 느낀 고객들은 은행업무 외에 2차 구매에 들어간다.

바로 은행 공간 한 쪽에 마련된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에서 움프쿠아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구입하고 만다.

움프쿠아 로고가 새겨진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 이 때부터 고객은 움프쿠아에 금융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 것이 아니다.

바로 움프쿠아의 가치를 소유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온 것이다.

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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