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탄데르 “위기는 곧 기회다”

20년새 세계156위에서 6위로

비결은 철두철미한 해외 진출
 
▲ 런던은 뉴욕과 함께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이다. 특히 영국은행과 왕립증권거래소가 있는 뱅크역 주변 1마일(1.6km)은 전세계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 영국 런던은 유럽 경제의 중심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의 로이드 해상 보험 협회는 1688년 설립됐고 런던 증권거래소는 18세기말부터 국제 무역에서 핵심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특히 뱅크역 주변 1마일(1.6km)인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은 세계 금융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BS,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메릴린치, HSBC 등 쟁쟁한 금융사들이 몰려있으며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영국 GDP(국내총생산)의 8.6%를 차지한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신입직원의 평균 연봉은 4만5000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 경력직원의 경우 기본급만 5만파운드로,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한화로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같이 유럽경제의 중심지인 이곳에 전세계 금융인들이 주목하는 금융회사가 있다.
 
바로 스페인계 은행 산탄데르다.
 
영국 소매금융시장 장악
 
최근 산탄데르 은행은 영국 최대 국영은행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이하 RBS) 지점을 일부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산탄데르가 RBS로부터 인수하는 지점 수는 318개다.
 
인수대금은 약 20억파운드(한화 약 2조3640억원)로 지점들의 순자산가치에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산탄데르의 영국 내 지점 수는 약 1600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지점수로 로이즈, 바클레이즈, RBS에 이어 영국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RBS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로부터 455억파운드의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받았다.
 
RBS는 이번 지점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구제금융 자금을 일부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산탄데르는 영국 소매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려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국계 금융기관이 휘청거릴 때를 놓치지 않았다.
 
산탄데르는 2004년 애비 내셔널(Abbey National)은행을 인수하면서 영국 금융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8년 7월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얼라이언스앤레이세스터(A&L)를 22억4000만달러에 인수하고 그해 9월 영국 최대 모기지 전문업체인 브래드포드앤빙글리(B&B)의 소매금융 부분을 10억9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위험 부담을 줄이는 M&A 성공전략
▲ 산탄데르는 최근 RBS 지점 318개를 인수키로 하면서 영국내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산탄데르의 영국 내 지점수는 1600개로 로이즈, 바클레이즈, RBS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지점를 보유하게 됐다.     © 대한금융신문

1857년 창립된 산탄데르는 연속적 M&A를 주 수단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에겐 단순한 몸집불리기가 아닌 차별화된 전략이 있었다.
 
산탄데르는 스페인과 지역적·문화적·언어적 유사성이 높은 유럽 및 남미지역 중심으로 진출해 철저한 현지화를 시도했다.
 
현지 사업전략도 산탄데르가 경쟁우위에 있는 소매금융부문에 특화해 리스크부담을 줄임으로써 해외진출의 성공확률을 높였다.
 
특히 씨티은행(Citibank)이나 HSBC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와는 달리 서민·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을 현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소매금융에서 홍보 강화, 혁신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결과 2006년에 전년대비 고객불만율을 대폭 감축(-51%)한 반면 고객 수는 49% 확대됐다.
 
또한 산탄데르는 고객중심경영, 효율성 추구, 여신건전성 개선, 글로벌 비전, 효과적인 자본관리 등 5개 항목을 토대로 사업모델을 개발, 글로벌 지역에 적용해 시너지를 강화했다.
 
이밖에도 산탄데르의 성공적인 M&A 전략에는 언제나 협력자가 있다.
 
산탄데르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M&A 역량 및 해외 영업능력을 강화해왔다.
 
1988년 RBS와 상호지분 보유를 통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후 RBS는 산탄데르가 2001년 브라질 4위 은행인 바네스파(Banespa) 인수시 적극 협력했다.
 
2002년에는 멕시코의 세르핀(Serfin) 인수를 위해 멕시코BOA(뱅크오브아메리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세르핀 지분 24.9%를 멕시코BOA에 매각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산파울로(SanPaolo)와 상호지분 보유를 통해 이탈리아에서의 현지 영업능력을 강화했다.
 
해외수익기반 탄탄대로
 
스페인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산탄데르의 실적은 적극적인 해외진출 전략 등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총수익의 절반 이상이 해외지역에서 창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남미 지역의 수익 비중은 지난해 36%에서 4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산탄데르 은행은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페루, 콜롬비아 등 7개국을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설정, 올해 약 22억 달러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투자금액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산탄데르는 브라질 주식시장에서 IPO(기업공개)를 통해 7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한 바 있다.
 
또한 스웨덴 SEB의 독일내 지점 173개를 5억5500만유로에 매입하는 등 서유럽 지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중 산탄데르 은행의 영국내 수익은 모기지와 예금 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5% 늘어났으며 올해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을 통해 35억유로의 자금을 조달, RBS의 영국내 지점을 인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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