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공급시스템’ 재검토 필요성 제기

소비자금융사 상생토록 제도장치 정비해야
 
현재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를 주축으로 한 제도권 서민금융 공급시스템의 유효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이건호 교수는 ‘서민금융 공급시스템의 중장기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의 여신공급 총량은 과잉상태인데 서민금융시장만 공급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민정책금융의 주된 공급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은행(햇살론 제외)은 서민정책금융의 중심이 돼야할 서민금융기관의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돼 오히려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기관별 신용보증서 취급 현황을 보면 전체 26조6000억원 중 은행이 24조8000억원으로 93.2%를 차지했다.

이는 2009년 저축은행, 지역신협, 새마을금고의 신용대출 총액(약 15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결과적으로 은행 중심의 정책서민금융은 희망홀씨대출과 미소금융 등의 서민금융기관과 직접 경쟁이 이뤄지는 결과를 가져와 그들의 고객기반을 잠식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희망홀씨대출의 경우는 은행이 직접 리스크를 부담하는 자발적 서민대출의 비중이 3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보증부대출이기 때문에 은행이 신용리스크에 대한 부담 없이 서민금융기관의 고객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민금융부분에 있어서 은행은 한발 물러서되 4대 서민금융기관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특별 제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대형저축은행들의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업무영역 개방과 함께 엄격한 지배구조 및 건전성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실상 제도권 금융기관에 버금가는 대형 등록대부업체들도 소비자 금융사로 전환시켜 서민금융의 일각을 담당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의 대형 등록대부업체가 소비자 금융사로 전환하는 여전법 개정이 시급하다.

만약 소비자 금융업으로 전환이 이뤄진다면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체계를 재정비하고 점진적인 금리인하와 자금조달원의 다양화를 통해 현재 제도권 금융기관이 도맡고 있는 여신 공급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서민금융의 주된 공급자인 서민금융기관과 직접 경쟁을 통한 시장잠식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서민금융에 대한 정책은 역량개선과 공급확대 등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책서민금융은 무상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저금리보다는 가용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서민금융기관을 집행창구로 활용하되 손실분담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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