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및 역할 급격히 위축

기업·은행권 기부에 인색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통상 서민금융이라고 하면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진정한 밑바닥 서민을 돕는 기관은 따로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바로 그 것.

출범한지 9년이나 된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는 그동안 95만1199명의 채무조정을 도왔으며 2006년부터 시작된 소액금융지원제도를 통해 3만3611명에게 1019억2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복위는 매년 기금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신복위는 은행권의 채무불이행자가 늘어나면서 채무변제와 관련한 시스템 도입 의견에 동의한 7개 은행들이 각각 20억원씩 출자해 세워졌다.

그러나 현재 경기변화와 실용불량자 수의 증가 등을 이유로 은행권의 기금도 제대로 받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경기가 나빠지면 신복위의 실적(채무불이행자수)은 늘어나는데 비해 금융기관들의 경영은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기금 규모를 줄이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호황일 때는 상대적으로 신복위 실적이 저조해 금융기관들이 기부금 동결을 하게 된다.

이런 경기와 실적 반비례 현상으로 신복위의 기금부족 현상이 초래됐고 심지어 서민들이 필요할때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금융지원제도 조차 중단위기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전국에 있는 지점수는 20여개 뿐. 이외에 비상근 지점(일주일에 한번 출장형식으로 노동센터 자리를 빌려 운영)으로 운영하는 곳까지 합쳐도 전국에 40여개 정도밖에 없다.

서민금융 1년차인 미소금융 경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할 수 있다.

미소금융은 출범 1년 만에 전국 100개 지점 돌파는 물론 기업들의 기부가 활발히 이뤄져 현재 9년차인 신복위에게 오히려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미소금융 대출금은 무이자로 이뤄지지만 언젠가 갚아야하는 빚이기 때문에 신복위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현재 신복위는 다양한 행사를 하며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신복위 관계자는 “기금 마련을 위해 마라톤 행사를 열었지만 기부금은 고작 2억5000여만원 정도에 그쳤다”며 “기금이 부족하다보니 홍보 또한 쉽지 않아 위원회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오는 3월 신용회복위원회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재선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며 금융기관에 기금을 부탁하는 자리다 보니 러브콜을 보내는 인사는 극히 드물다.

다중채무에 시달리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서민(9~10등급)을 회생시켜주는 곳인 신복위. 논리로 보면 가장 환대받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자리지만 현재는 누구도 앉기 싫어하는 자리가 됐으며 기업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기금마련도 쉽지 않아 재정난까지 시달리고 있다.

진정한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신복위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기금 협조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ssun@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