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주관사, 고객 항의로 몸살

은행여신건전성 불안감확산은 기우
 
<대한금융신문 =박하나 기자> 대한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금융권에도 후폭풍이 닥쳤다.

특히 증권업계는 당황스러운 얼굴빛이 역력하다.

이유는 불과 한 달전에 대한해운의 유상증자 진행과정에서 현대, 대우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해 투자자 유치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12월 8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80만1106주 실권주 공모에 2조2742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이중 현대증권이 48만664주, 공동주관사인 대우증권이 32만442주를 모집했다.

경쟁률은 현대증권이 125.26 대 1, 대우증권은 129.95 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한해운은 유상증자 이후 한달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식은 정리매매에 들어가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주관사인 현대, 대우증권도 이같은 상황에 당황하긴 마찬가지.

지금도 두 증권사의 고객센터에는 대한해운과 관련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증권사의 보상책임은 없다.

유상증자 당시 투자설명서에는 ‘돌발적인 시황이 발생 시 급락의 경우가 있고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투자 위험요소를 설명했다.

대한해운은 금융위기 이전 높은 가격에 장기 용선한 선박의 용선료 부담으로 인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독 개선되지 못한 벌크해운 시황과 맞물려 수요가 감소하고 운임 역시 급락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증권사들은 당시 기존 데이터와 전망에 대한 자료만 가지고 투자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를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정보를 취합하는 리서치센터의 능력은 이번 사태에서 발휘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상증자에 대한 사후관리 정책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증권업계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해운에 대출해 준 은행권은 1분기 중 여신건전성을 재분류하고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다.

여신규모는 하나, 우리, 신한, 국민은행 순으로 총 2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직접대출은 390억원(담보대출 253억원)으로 은행권 중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줬다.

이어 우리은행은 81억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50억원 수준이다.

간접 대출의 경우 하나은행은 ABL(자산유동화 대출) 형태로 400억원의 추가 여신이 있으며 우리, 신한은행은 선박금융 형태로 각각 208억원, 230억원을 대출해 줬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급보증 형태로 150억원 추가 대출을 지원해줬다.

이로써 4대 은행이 1분기 중 쌓아야할 충당금은 약 67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간접 여신 부채에 대해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최대 1343억원의 충당금 영향이 있으나 이는 은행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우리투자증권 최진석 연구원은 “대한해운에 의한 충당금 규모는 은행권의 1분기 추정 세전이익을 감안할 경우 4.7%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대한해운에 따른 은행권 피해는 생각보다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단 전반적인 해운업계가 불황인 만큼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han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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